▲<시흥늠내길> 2코스 갯골길. 갯골생태공원 안으로 길이 이어진다.
유혜준
길은 갈대 사이로 이어진다. 나무데크가 이어진 길옆으로는 갯골이 드러났다. 구멍이 숭숭 뚫린 갯골에는 붉은 발 농게를 포함해서 참게 등이 서식하고 있어 자연현장학습을 하기 아주 좋은 장소라는 것이 박 해설사의 설명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 일대에서는 철새도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자연의 보물창고인 것이다.
저 멀리 솟대들이 잔뜩 박혀 있는 것이 보인다. 한 무리의 세 때가 일시에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 같다. 바람이 점점 심해진다. 그 바람에 빛바랜 채 말라 서걱거리는 갈대들이 울음소리를 길게 토해낸다.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갯골길은 걷는 이들만이 찾는 길이 아니었다.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이따금 떼를 지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말을 타는 이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가족과 가볍게 산책을 나온 이들도 많았다. 걷는 이들은 갈대 사이로 숨었다가 나타나기를 되풀이한다. 공원 한쪽 너른 공간에서는 모형 비행기를 날리는 이들이 보였다.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와 닿는다.
길은 솟대의 안내를 받으며 이어진다. 한 쌍의 솟대가 금방이라도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것 같은 자세로 세워져 있다.
바람은 점점 거세질 뿐만 아니라 한기를 잔뜩 품었다. 손끝이 시리다. 걸음을 조금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 해설사는 "갯골길은 겨울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흰 눈이 덮인 갯골은 새로운 풍광을 보여주고, 너른 들판을 가득 채운 갈대밭은 그 사이로 숨어들면 따뜻한 온기를 간직하고 있어 추위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단다.
방산대교를 건너 다시 들어선 갈대밭길.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 드넓게 펼쳐지는 자연은 가끔씩 말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