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외국인학교가 'A외국인학교' 교장명의로 L씨에게 보낸 입학 허가서.
윤근혁
그런데 L씨의 자녀는 모두 해외에서 거주한 경험이 없었다. '3년 이상 거주 경험이 있는 내국인'만 입학할 수 있도록 자격을 제한한 우리나라 정부의 외국인학교규정에 따르면 L씨의 자녀들은 '무자격 입학생'이었던 셈이다.
L씨는 "학교가 이사장 면접 등의 과정에서 '자격이 없는 내국인이 특별권한으로 입학하게 된 것에 감사하라'는 취지의 말을 여러 차례 했다"면서 "결국 나중에 살펴보니 우리 자녀처럼 무자격 입학생 60여 명이 지난해 여름부터 갑자기 늘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A외국인학교의 서류상 재학생(유·초·중·고 과정) 숫자는 86명(2012년 9월 기준). 이 가운데 외국인과 내국인은 각각 37명과 49명이었다.
L씨는 자신의 자녀가 A외국인학교에 입학했음에도 재학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L씨가 이런 사실을 학교 측에 따지자 돌아온 대답은 "국내 학력은 인정 못 받지만 미국에서는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였다. 학교 측은 L씨에게 이런 사실에 대한 확인서를 써주기도 했다. 이 말을 들은 L씨는 최근 자녀 세 명을 A외국인학교에서 한국의 일반 초등학교로 전학시켰다. 그는 "뒤늦게 학교로부터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며 "나와 같은 피해자가 A외국인학교에 수십 명이나 된다"고 털어놨다.
실제 이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M씨도 "우리 아이도 해외에 3년 이상 살지 않아 자격이 없는데 A외국인학교에 다니고 있다"며 "지금은 우리 자녀와 같이 자격이 되지 않는 학생들이 몰려와 외국인학교 교실은 한국 학생들로 북적댄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M씨 또한 자신의 자녀가 "기존 외국인학교 재학생과 함께 한 담임 밑에서 수업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실제로 A외국인학교의 수업 장면을 촬영한 사진을 입수해 살펴본 결과, 한국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따라 '해외 거주 3년 이상' 자격이 충족돼 A외국인학교에 다니고 있는 기존 재학생 학부모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이 학교에 자녀를 보냈다가 최근 다른 외국인학교로 전학시킨 학부모 N씨는 "학교가 무자격 한국 학생을 대거 받아들여 우리 자녀와 함께 공부하게 해 분반을 요구했는데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교육기관이 거짓말을 하고, 사기 행위를 하는 것을 그대로 놔두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A외국인학교 "반론 않겠다" - 교육청 "명의·문서 도용 사실 확인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