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린치 사건' 1962년 5월 31일자 동아일보 지면 중 일부
동아일보
파주 린치 사건은 미군 장교 데이비드 스완슨 중위와 토머스 와일드 중위가 부대근처를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피해자 이일용씨를 절도혐의자로 몰고 총기로 위협 끌고 다니면서 발가벗기고 구타를 하고 심지어는 전선줄에 거꾸로 매달아 놓는 등 가혹행위를 저지른 사건이다. 스완슨 중위는 부대 안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종업원까지 불러 매질하는 장면을 구경하게 했다고 한다. 1962년 5월 31일 <동아일보>에는 "천장에 매달린 한국인은 온몸과 특히 두 손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나중에는 열손가락을 돌 위에 깔아놓고 구둣발로 뭉개었다", "매 맞는 사람은 얼굴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실려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했고 학생들이 행동에 나섰다. 6월 6일 현충일에 고려대생들의 시위에 나섰고, 6월 8일에는 서울대생 1천여 명이 동조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미군범죄자 처벌과 주둔군 지위에 관한 한미 SOFA 체결을 미국 측에 촉구했다. 미국은 결국 6월 15일 그동안 미뤄 왔던 한미행정협정 협상에 동의하고 협상을 시작, 1966년 말 한미 SOFA가 체결되었다.
1967년 한미 SOFA가 발효되었지만 미군 범죄의 심각성은 여전했다.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가 만든 '미군범죄 관련 주요 통계자료'에 따르면 1967년 1710건이던 미군범죄는 1975년 2383건으로 크게 늘어났다가 1987년에서는 1409건으로 약간 줄어들었다. 그나마도 1970년대 후반 미군 병력이 일부 철수하였기 때문에 미군 숫자가 줄어 범죄 숫자도 줄어든 것이지 미군 범죄가 줄어든 것이 아니었다.
이러던 와중에 1992년 케네스 마클 이병의 윤금이씨 살해사건이 벌어진다. 윤금이씨는발견될 당시 나체 상태로 자궁 속에 맥주병 2개, 질 밖으로는 콜라병 1개, 그리고 항문에는 27cm 가량의 우산대가 박혀있는 참혹한 상태였다. 온몸에는 피멍과 타박상을 입고 있었으며 윤금이씨의 사체 위에는 하얀 세제가루가 뿌려져 있었고 입에는 성냥개비가 물려져 있었다. 사체를 심각하게 훼손한 범죄의 잔악함은 국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이보다도 국민들을 분노케했던 것은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주한미군이 범죄자의 신병인도 조차 거부했다는 점이다. 이로인해 한미 SOFA의 문제가 공론화 되었다.
그러나 윤금이씨 사건 이후에도 주한미군 범죄는 여전했다. 존 병장의 김미순씨 성폭행 사건(1993), 더프와 햄 병사의 한창열씨 택시강도사건(1993), 미군 헌병대의 세모녀 감금폭행사건(1994), 벤넷 이병의 천영숙씨 강간치상사건(1995), 에바다 농아원생 성추행사건(1996), 이태원 살인사건으로 알려진 조중필씨 살해사건(1997), 헨릭스의 허주연씨 살해 방화서건(1998), 박순녀씨 살해사건(1998), 이정숙씨 살해사건(1999) 등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SOFA개정, 나아가 미군철수만이 해답이다현재 주한미군 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있다. 이제 국민들은 주한미군 범죄를 보면 이를 묵과하지 않고 용감하게 나서 범죄자들을 직접 붙잡는데 나서고 있다. 2월 2일 지하철 1호선 의정부-망월사 구간에서 벌어진 주한미군 성추행 사건의 경우 주한미군이 성추행을 자행하자 승객들이 나서서 이들을 붙잡았으며 이 가운데 3명을 억류해 경찰에 넘기는 용감함을 보였다.
3월 2일에 총기난동을 부리다가 경찰까지 치고 도망간 주한미군의 범죄도 길을 가던 서울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미군의 차를 막으려 하였으며 한 용감한 택시기사는 경찰과 함께 주한미군 범죄자를 끝까지 추격하기도 하였다. 3월 16일 벌어진 칼부림 사건에서는 점주가 주한미군에게 집단구타를 당하자 주한미군을 흉기로 찌르기까지 하였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한미 SOFA를 개정한다고 해도 주한미군 범죄문제를 온전히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1년과 2001년 두 차례 SOFA를 개정하였으나 주한미군 범죄는 감소하지 않았다.
국민들을 분노로 들끓게 하고 있는 주한미군 범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주국방을 확립해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정치적 입장이 절실하다. 주한미군 범죄가 심각해진 것은 보수정치인들이 주한미군 주둔에 의존한 나머지 한미간 불평등 조약도 눈감아버리는 사대망국적인 저자세로 주한미군을 대해왔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이 무슨 짓을 해도 이를 용납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보수정치세력이 정권을 쥐고 있는 한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개선할 수 없고 주한미군 범죄도 절대 해결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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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미군 범죄, 해결 방법은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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