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의 실태, 수 많은 공직자들이 전관예우를 받고 부를 얻었고, 뒤이어 다시 관직으로 복귀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유창재
로마법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조금 심각한 이야기를 하나 해야겠다. 나는 우리나라 법률가들의 의식 속에 존재하는 특권의식이 우리 사회의 연대감을 깨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라고 진단한다.
얼마 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이지만 어느 장관 후보자가 검찰 고위직에 있다가 대형로펌에 들어가 한 달에 1억 원씩 월급을 받았다고 한다. 문제는 그렇게 큰돈을 벌다가 다시 장관 후보자로 당당하게 나선 것이다. 임명하는 사람도 문제지만 그것을 수락하는 사람의 의식세계도 내겐 연구대상이다. 돈과 권력 두 개를 동시에 갖고자 하는 인간욕망, 그 결정체를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길 가는 사람, 누구에게 물어 보아도 법률사무소에서 월급을 1억 원 받는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내 자신이 상당기간 변호사를 해 본 사람으로 말하건대 일반적인 변호사 생활에서 월급 1억 원은 상상하기 힘든 액수다. 법조계에 아직도 온존하는 전관예우라는 문화가 없다면 불가능한 돈이다.
사실 전관예우의 병폐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이 문제를 고쳐보고자 온갖 제도적 대응장치를 만들어 왔지만 여전히 그 문화는 진화를 거듭할 뿐 사라지질 않는다.
나는 지난 20년간 세계 여러 나라의 법률가를 만나 이런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도대체 이런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도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이런 말을 꺼낼 때마다 그들은 한국의 법률가들에 대하여 너무나 신기해했다. 마치 별 나라에서 온 별스런 족속을 보는 듯이 나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이럴 때는 내가 괜한 말을 해서 우리나라 이미지만 버렸구나 하는 생각에 후회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마디로 한국의 전관예우는 바깥에 나가서 이야기하면 안 된다. 나라 전체가 개망신 당하기 때문이다.
전관예우의 문제는 법조계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우리 사회 전체의 의식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전관예우 문제가 불거지고 그런 예우를 받은 사람들이 다시 관가로 화려하게 복귀하는 것에 대해 여론은 심히 비판적이면서도 또 한편으론 동경하는 것이 그 증거다. 이런 동경은 내 자식이 그런 경로를 따라 인생을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욕망으로 나타난다. 이는 사교육으로, 입시경쟁으로, 또는 일류병으로 나타나 대한민국 사회를 도저히 재생 불가능한 사회로 만들어간다.
여하튼 이런 사회적 병리 현상에 법률가들이 그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 도대체 법률가들은 왜 이렇게 욕심이 많고 뻔뻔하고 특권의식이 강할까. 나는 그 원인으로 두 개를 들고 싶다. 하나는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라면 전 세계의 모든 법률가에게서 발견되는 보편적 권위주의요,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의 특이한 역사적 전통에서 비롯된 특권의식이다. 로마법은 그 의식 중 첫 번째와 관련이 있다.
영원히 지배하기 위한 방법, 그것은 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