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의거를 폄훼하고 독재정권에 부역했던 이은상이 쓴 시 <가고파>가 새겨진 마산역광장의 '이은상 가고파 시비'가 17일 누군가에 의해 또 페인트로 훼손되어 있다.
이창희
2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마산역광장 이은상시비 철거대책위'는 지난 14일 시비에 계란과 밀가루를 투척했다. 또 이 단체는 시비 위에 "3․15가 통곡한다. 이은상 미화석 철거하라"는 내용의 펼침막을 내걸어 놓았다.
시비는 허인수 마산관리역장이 제안하고, 봉사단체인 국제로타리클럽(3710지구)이 3000만 원을 들여세웠다. 시비 앞면에는 이은상이 쓴 시 <가고파>가 서예가 김종원씨의 글씨로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김복근씨가 쓴 이은상 약력이 새겨져 있다.
페인트 흔적은 잘 지워지지 않고 있다. 제막식이 열리기 직전 시비 뒷면에 누군가가 페인트로 훼손했는데, 물로 씻어냈지만 아직까지 흔적이 남아 있다. 앞․뒷면에 칠해진 페인트를 모두 제거하는데 800만 원가량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타리클럽 "깝깝하다"... 대책위 "당장 철거하라"흉물스런 시비에 대해, '마산역광장 이은상시비 철거대책위'는 당장 철거하라고 하지만, 로타리클럽과 허인수 마산역장은 난감하다며 철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허인수 역장은 언론을 통해 "마음대로 철거할 수 없고, 만약에 철거한다고 하더라도 시비를 어디에 보관할 것인지, 시비 건립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반발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허 역장은 시비를 철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보이고 있다.
시비 건립을 주관했던 남마산로타리클럽 김봉호 회장은 안타깝지만 철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지금 단계에서 이야기하기가 곤란하다. 저런 식으로 놓아두어서는 안된다. 지금 시비의 상황은 건립 취지와 맞지 않아 돈이 들어가더라도 손을 봐야 한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인 소견으로, 지금은 흉물이 됐으니 '무대응'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쓸데 없는 짓을 했다고 항의하는 회원들도 있을 수 있다"며 "철거하라고 하는 측에서는 처음부터 독선적이고 위법적인 행위를 했다. 우리한테 생각할 여지도 주지 않았다. 깝깝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