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적인 형사재판 과정
김성훈
만약 수사가 어렵사리 진행되더라도 실제 검찰 때문에 기소가 되고 재판이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주한미군범죄근절 운동본부'가 최근 4년간의 SOFA 범죄 처리현황을 분석하여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전체 범죄자 1781명 중 60%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겨우 5% 정도인 77명만이 정식 재판에 회부되었다.
범죄를 저지른 주한미군을 재판하기 어려운 이유는 한미SOFA가 한국의 재판권 행사를 극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는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다.
본협정 제22조 3. (가)합중국 군당국은, 다음의 범죄에 관하여는, 합중국 군대의 구성원이나 군속 및 그들의 가족에 대하여 재판권을 행사할 제1차적 권리를 가진다. (2)공무집행중의 작위 또는 부작위(act or omission)에 의한 범죄.위 조항에 따르면, 한국은 주한미군이 '공무집행 중'에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재판권 자체를 아예 포기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 한강 독극물 방류 사건이다. 2000년 2월 9일 용산 미8군 영안실에서 영안실 부소장 맥팔랜드는 인체에 유독한 포름알데히드 20박스(1박스 당 475㎖병 24개, 총 480병)를 무단 방류할 것을 지시했다. 미군 당국은 역시 공무수행 중이라는 이유로 한국에 재판권을 넘겨주지 않았다. 심지어 한국 법원이 국민들의 비난 여론을 등에 업고 직권으로 맥팔랜드를 정식재판에 회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군 당국은 '공무 증명서'만 날린 채 계속 재판을 거부했다.
박정경수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국장은 2013년 3월 13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국에 재판관할권 포기를 요구할 수 있지만, … 미국은 지금까지 재판관할권을 포기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재판에 회부되었다고 해서 모두 다 처벌받는 것도 아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주한미군의 경우 재판 결과 전체의 80∼90%정도가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고 있으며, 실형을 받는 경우는 많아야 1년에 한 두 명 정도다. 게다가 시사포커스 3월 16일 보도에 의하면, 미국 측이 재판권을 행사한 경우 미군당국은 대부분 주의, 견책 등의 행정적 징계로 끝내고 형사 처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 사례가 2002년 여중생 두 명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무참히 살해당한 사건이다. 당시 한국 사법당국은 장갑차를 운전한 주한미군을 처벌하라는 국민들의 여론에 밀려 미국에게 재판권 포기를 요구하였으나, 미국은 거부하였다. 미국 관할 하에 진행된 재판에서, 장갑차를 운전한 미군은 '공무수행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 무죄 판결을 받고 미국으로 출국했다. 한국은 주한미군에게 사실상 '범죄 자유구역'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구조적으로 범죄 양산하는 한미SOFA주한미군 범죄가 범죄를 저지른 미군의 개인적 성향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1997년 9월 미국의 자유기고가 케빈 헬드먼은 주한미군에 대해 "미국사회의 온갖 무능력자들과 범죄자가 될만한 인물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한미군이 범죄를 저지른 원인을 개인의 성향 탓으로 돌리는 것은 이른바 '무능력자'로 취급당한 저학력, 빈곤계층을 모조리 잠재적인 범죄자로 낙인찍는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박정경수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주한미군 범죄는 SOFA 탓이 크다. 주한미군이 범죄를 저질러 경찰서에 가게 되면 먼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특징이 있다. 자신이 주한미군임을 여기저기 알리는 것이다. SOFA의 정확한 내용은 몰라도 그 덕에 자기의 범죄가 가볍게 처리된다는 걸 알고 하는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의 특권, 즉 "치외법권"을 광범위하게 규정한 한미SOFA가 오히려 범죄를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이 한국에 더 이상 주둔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되는 것이 주한미군 범죄 근절의 근본적 대책이다. 그러나 불평등한 한미SOFA를 개정하고 그들의 범죄도 '예외 없이' 처벌하는 것이 최소한의 조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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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만 끌면 '장땡', 이러니 주한미군 범죄가 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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