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늠내길
유혜준
시흥시청 앞에서 길을 건너, 조금 걸으면 숲길 입구가 나온다. 오르막길이다. 그 앞에 <시흥늠내길> 숲길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시작부터 오르막이면 숨이 차는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날 동행은 옆지기. 주말에 길을 나서지 않으면 TV 앞에 딱 붙어 앉아서 리모컨으로 채널 돌리기에만 힘쓸 터. 옆구리를 푹 찔러 같이 길을 나선 참이었다. 길이란 혼자 걸어도 좋지만, 같이 걷는 길동무가 있으면 더 좋은 법. 특히 숲길은 '친구와 함께 한 느린 산책'이라는 부제가 딸린 길이므로 더더욱.
옥녀봉에 다다를 때까지 걷는 게 가장 힘들다. 늘 그렇듯이 걷기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몸이 낯설어 하고, 내뿜는 숨이 낯설어 하고, 다리와 발이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헥헥, 헥헥, 거친 숨을 쏟아내면서 오르막길을 오른다. 이마에 땀이 배어나온다.
길은 정말로 폭신하다. 마치 바닥에 용수철을 깔아놓은 것처럼 걸음을 옮길 때마다 탄력이 느껴진다. 봄이라는 느낌이 확 다가온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어느 사이엔가 녹았다. 땅이 갓 녹았을 때는 질척거리지만, 봄기운이 점점 짙어지면 수분이 사라지면서 더 이상 질척거리지 않게 된다. 요즘이 그 시기인 것이다.
옥녀봉으로 가는 길에는 걷는 이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산악자전거 동호회 사람들인가 보다. 맞은편에서 자전거를 탄 사람이 하나씩 둘씩 나타나더니 계속 뒤를 이어 모습을 드러낸다. 아, 이 길이 산악자전거를 타기 좋은 길인가 보구나. 걷는 사람들은 산악자전거를 피하고, 자전거를 탄 사람들은 걷는 이를 피하면서 지나간다.
걸어서 내려가기 쉽지 않은 가파른 길을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는 사람들을 보면 늘 감탄이 터져 나온다. 나는 죽어도 못해,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죽자고 걷지.
돌아보니 정말 걷기 좋은 길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