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부대집 벽체 쌓기흙부대집 벽체는 16미터 길이의 양파망에 흙을 넣고 다지기만 하면 완성됩니다. 그래도 큰 지진에도 버틸만큼 튼튼하답니다.
주재일
달나라에 지으려던 흙부대집
흙부대집은 원래 달에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고안된 건축법이라고 합니다. 지구에서 건축자재를 가지고 갈 수 없어서 생각한 방법인데, 진도 7.0의 지진에도 무너지지 않는 공법이라고 하니 구조적으로 매우 튼튼한 공법입니다. 이 공법을 알게 된 건 귀촌을 한창 준비하던 2009년이었습니다. 책 제목도 <이웃과 함께 짓는 흙부대집>이어서 전문가가 아니라도 지을 수 있고, 함께 짓기 때문에 행복할 거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공법으로 집을 지을 수도 있겠다 하는 막연한 기대감만 있었습니다.
막연하게 생각한 건 실행하기 전 두 가지 어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첫째는, 집 지을 자리의 땅을 깎아 내거나 토지 정리를 할 때만 건축할 수 있을 만큼의 흙량이 나옵니다. 그렇지 않으면 흙을 사와야 하는데, 집을 짓기 위해 엄청난 양의 흙을 사온다는 게 누군지 모르는 김선달에게 흙값을 지불하는 것 같아서 실행하기 어려웠습니다.
두 번째는, 건축 재료는 집 주위에 있는 흙을 사용하면 된다지만 사람 힘으로 이 많은 흙을 퍼내기는 쉽지 않기에 굴착기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집 짓는 데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최소 5일, 최대 10일까지는 굴착기를 빌리게 됩니다. 굴착기 하루 임대비는 50만 원 안팎이니 임대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갑니다. 그렇다고 사람이 흙을 파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어려움이 이번에 해결되었습니다. 새로운 건축부지의 땅은 어차피 일부분을 깎아내야만 했습니다. 파낸 땅의 흙이 벽이 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실현시킬 기회가 드디어 온 것입니다. 굴착기는 돈 들여 임대하지 않고 이참에 중고 굴삭기를 구입했습니다. 이후 계속될 건축을 생각하면 우리가 직접 연습해서 원하는 대로 작업을 할 수 있는 게 좋겠다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우리에게 굴착기가 필요치 않게 되는 그날 다시 팔기로 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짓는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