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에 앉아서 보이는 적치장 소음과 먼지로 피부병까지 왔다는 할머니.
김종술
걸레를 빨고 계시던 유아무개(여·86)씨는 "처음엔 집 앞에 산처럼 썩은 모래를 쌓아 놓으면서 악취가 풍기고, 문풍지를 수차례 덧붙여도 방안까지 모래가 들어오고, 약을 먹을 정도로 몸이 가려워서 죽는 줄 알았다"며 "그렇게 피해를 보았는데도 노인들만 살고 있어서 그런지 보상이라고는 단돈 십 원도 못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할머니 유씨는 소음과 먼지를 피해 읍내로 나가야 한다며 마스크를 쓰고 가방을 챙기셨다.
또 다른 주민은 "빨래는 고사하고 장독 항아리도 열지 못해 썩어갈 지경이여, 먼지가 얼마나 심한지 말도 못해"라며 "코가 막히고 비염이 생겨서… 치료도 받아 억울한 마음에 데모도 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는 것이 힘없는 사람이라고, 무시하는 게 더 서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왕에 피해를 보고 있지만 빨리 치워갔으면 하는 마음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적치장과 100미터 떨어진 사찰을 찾아 얘기를 나누었다. 이곳에서 만난 스님은 "하루에 대형차량이 40~50대 정도가 도로를 막아 놓고 있고, 사찰을 찾는 신도들이 산처럼 쌓인 모래 산 때문에 이곳을 찾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고도 한다"면서 "불편이야 말해서 뭐할까? 이번 4월 초파일까지는 다 치워준다고 약속을 했으니 참는 김에 그때까지는 참아야죠"라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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