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사온 안철수입니다"4.24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안철수 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 당고개역 부근 시민들을 찾아다니며 "어제 이사왔습니다"며 인사를 하고 있다.
권우성
안철수 후보가 무릎을 꿇었다. 버스 기사 십여 명이 모여 이른 회식을 하고 있던 식당에서였다. 13일 당고개역 인근을 돌며 주민과 인사를 나누던 안 후보는 "부인이 안철수씨를 너무 좋아한다"는 식당 주인의 손에 이끌려 식당에 발을 디뎠다. 그 자리에서 마침 회식을 하고 있던 버스기사들과 마주한 그는 신을 벗고 방에 올라가 한 명 한 명과 인사를 나눴다.
몇몇 기사들은 자리에 일어나 안 후보를 맞았지만 몇몇은 자리에 앉아 있던 상황. 안 후보는 무릎을 꿇고 한 기사 앞에 앉았다. "잘 부탁드린다"는 말과 함께 인사를 나눈 후, 다음 사람에게로 이동해 또 인사를 나눴다. 그렇게 서너 차례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춰 인사를 마친 그에게 한 기사는 "취재진 무르고 소주나 한 잔 하자"며 농을 던졌고, 안 후보는 "다 돌고 오겠다"고 눙을 쳤다.
이 같은 '눈맞춤' 행보는 안 후보의 "상계동과 더 낮게 더 가깝게 있겠다"는 첫 일성의 연장선이라는 설명이다.
14일, 안 후보는 또 다시 바닥에 무릎을 모으고 앉았다. 이번에는 사인을 하기 위해서다. 상계동 경로당을 방문한 안 후보는 할아버지·할머니의 사인 요청에 한 자리에서 20여 장의 사인을 했다. 이후 어르신들 앞에 선 안 후보는 큰절로 인사를 대신했다. 안 후보는 "그저께 상계동으로 이사왔다, 상계동 주민"이라며 "또 뵙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어르신들은 "얼른 성공해서 대통령과 견줘야 하지 않냐", "사랑한다"며 애정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같은 날, 안 후보는 "저 사람은 누구에요?"라며 천진하게 묻는 만 4살 아이들 20여 명과 함께 했다. 안 후보는 처음 "점심식사는…"이라고 말을 꺼냈다. 아이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안 후보를 바라보기만 했다. 곧, '식사'라는 표현을 알아듣지 못했음을 깨달은 그는 재차 "점심은…"이라고 묻다, 마지막으로 "밥은 먹었니"라고 물었다. 안 후보가 하고자 하는 얘기를 알아들은 아이들은 그제야 "네"라고 합창하듯 대답했다.
그만의 방식으로 '더 낮게, 더 가깝게'를 실현하는 중인 것이다. 대선 후보로서 대중 앞에 섰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달라지지 않은 안철수] '대로변' 인사 유세, 애매모호한 화법은 여전 노원구 상계동으로 전입신고를 마친 '노원 주민' 안 후보가 지역 일정으로 처음 택한 것은 '후보등록에 대한 인사'였다.
13일, 노원구청 앞을 기자회견 장소로 택한 안 후보는 "노원에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새로운 정치를 출발하겠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지난 11일 다시 한국 땅을 밟은 그는 공항에서 "새 정치를 위해 어떤 가시밭길도 가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낮은 자세로 현실과 부딪히며 일구어 나가야 한다, 노원 병 출마가 그 시작"이라며 같은 맥락의 발언을 한 바 있다.
5분여 간 이어진 '후보 등록 인사'를 발표하기 위해 발표문을 두 손에 들고 읽는 안 후보 앞에는 20여명의 기자들이 몰려들어 녹음기, 수첩을 들이댔다. 인사를 마친 후에는 자연스럽게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노원 지역에 대한 것보다는 '미래 대통령 요구설' 등 정치 현안에 관련된 질문이 주를 이뤘다. 지역 주민이 아닌 전 국민을 상대로 발언을 하고 지지를 호소하던 대선 후보 시절 안 후보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순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안 후보가 후보 등록 인사를 한 장소인 노원구청은 상계 6, 7동에 위치해있다. 대부분이 '노원 병' 지역구인 상계동에서 유일하게 '노원 을' 지역구인 곳이기도 하다. 사실상 '노원 병' 재보궐 선거와는 크게 관련 없는 장소에서 첫 일성을 내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