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선생, 소주나 한잔 합시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려고?"

[격전의 현장 : 노원병] 안철수 vs. 김지선 예비후보 등록하고 격돌

등록 2013.03.13 20:46수정 2013.03.1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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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유권자 만나기 시작한 노원병 안철수-김지선 후보 4.24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안철수 후보(왼쪽)와 남편인 노회찬 전 의원의 손을 꼭 잡은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가 13일 오후 지역구를 돌며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유권자 만나기 시작한 노원병 안철수-김지선 후보4.24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안철수 후보(왼쪽)와 남편인 노회찬 전 의원의 손을 꼭 잡은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가 13일 오후 지역구를 돌며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권우성

"어제 이사 왔습니다"와 "아이고~!"의 대결이었다.

13일 나란히 노원 병 4.24 재보궐 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안철수 전 대선후보와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의 지역 인사 모습은 각각 이렇게 나뉘었다. 이날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서 노원 지역을 돌며 얼굴 알리기에 나선 두 후보는 각자의 방식대로 민심을 훑었다. 이날 <오마이뉴스>는 무소속으로 혹은 정당의 후보로 확정돼 선거운동에 뛰어든 안철수 후보와 김지선 후보의 일정을 따라가 봤다.

이날 처음 지역 주민과 만난 안 후보의 인사말은 "반갑습니다, 어제 상계 1동으로 이사 왔습니다"로 시작됐다. 하루 전 노원구 상계동으로 전입신고를 마친 안 후보가 '노원 병 주민'이 됐음을 피력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오후 당고개역 주변을 지나는 주민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인사한 안 후보는 "잘 부탁드린다"라는 말을 남겼다.

반면, 김 후보와 그의 곁에서 함께한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의 첫 인사말은 "아이고~!"였다. 노 대표가 오랜 기간 지역을 다져온 만큼 친분을 맺은 주민이 많아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을 이같이 표현한 것이다. 김 후보 역시 이날 오후 당고개역 인근을 돌며 "노회찬이 못 이룬 꿈을 제가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 무릎 꿇은 안철수 '낮게 더 낮게'

"어제 이사온 안철수입니다" 4.24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안철수 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 당고개역 부근 시민들을 찾아다니며 "어제 이사왔습니다"며 인사를 하고 있다.
"어제 이사온 안철수입니다"4.24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안철수 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 당고개역 부근 시민들을 찾아다니며 "어제 이사왔습니다"며 인사를 하고 있다.권우성

'뻥튀기' 구입하는 안철수 후보 4.24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안철수 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 당고개역 부근 노점에서 '뻥튀기'를 구입하기 위해 지갑을 꺼내고 있다,.
'뻥튀기' 구입하는 안철수 후보4.24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안철수 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 당고개역 부근 노점에서 '뻥튀기'를 구입하기 위해 지갑을 꺼내고 있다,.권우성

"낯선 길이 눈을 감고도 찾아가는 길이 될 때까지 골목골목을 찾아뵙겠다."

대선 후보가 아닌, 노원 병 재보선 예비후보로 '정치신인'의 자세를 갖겠다는 안 후보는 이날 노원 주민과의 첫 상견례를 가졌다. 당고개역 주변을 한 시간가량 돌며 주민과 인사를 나눈 안 후보는 "(대선 후보 때는) 많은 분들을 만나기 위해 번창한 상가 쪽으로 많이 갔었다"며 "대선 때는 그냥 스쳐 지나가고 한 번도 가지 못했을 곳을 오늘 이렇게 방문하고 말씀을 들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렇게 악수를 하는 것보다 직접 만나서 (주민이) 하고 싶은 말씀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안 후보를 향해 주민들은 "깨끗한 정치를 해달라", "정파 싸움하지 말고 바른 정치를 해달라", "정부조직법에 대해 확실하게 의사 표시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안 후보는 "명심하겠다,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뉴타운 취소해주세요" 주민 호소 듣는 안철수 후보 4.24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안철수 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 당고개역 부근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던 중 상계5구역 뉴타운 취소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호소를 듣고 있다.
"뉴타운 취소해주세요" 주민 호소 듣는 안철수 후보4.24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안철수 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 당고개역 부근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던 중 상계5구역 뉴타운 취소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호소를 듣고 있다.권우성

상계뉴타운 5구역 주민들은 '뉴타운 반대' 플래카드를 들고 안 후보에게 다가가 "상계뉴타운 문제를 꼭 해결해 달라, 정부에서 우리를 내쫓고 거지를 만들려고 한다"며 뉴타운 문제 해결을 요청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주민 인사가 끝난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안 후보는 "이곳은 뉴타운 문제도 있고 쇠락한 상가들이 있어 제일 먼저 찾아보고 싶었다"며 "경기가 굉장히 심각하다는 걸 체감했다"고 말했다.


한낮부터 고깃집에서 진행되던 버스기사들의 회식자리에 낀 안 후보는 무릎을 꿇고 다가가 악수를 건네기도 했다. 10여 명의 기사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건네자 한 기사는 "취재진 무르고 소주나 한잔하자"며 친근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안 후보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사진을 찍고 악수를 나누는 시민들 가운데는 "나도 상계동 산다, (선거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 "(안 후보 출마) 자체가 선물"이라며 안 후보의 출마를 반기는 이들이 다수였다.

반면, 지난 총선에서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를 찍었다는 박 아무개(59)씨는 "지역을 잘 살게 해준다는 사람을 뽑을 것"이라며 "일단 허준영씨나 안철수씨 중의 한 명을 뽑을 거 같다, 두고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멀찍이서 안 후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뿌리 없는 나무는 흔들거려서 못 쓴다"며 혀를 차고 돌아서기도 했다.

[김지선 후보] "안철수와 멋있게 붙어보려한다"

출마한 부인 손 꼭 잡은 노회찬 전 의원 4.24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가 13일 오후 남편인 노회찬 전 의원과 함께 서울 노원구 상계종합사회복지관을 방문하고 있다.
출마한 부인 손 꼭 잡은 노회찬 전 의원4.24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가 13일 오후 남편인 노회찬 전 의원과 함께 서울 노원구 상계종합사회복지관을 방문하고 있다.권우성

노원병 유권자 만나는 김지선 후보 4.24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가 13일 오후 남편인 노회찬 전 의원과 함께 서울 노원구 상계종합사회복지관을 방문해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노원병 유권자 만나는 김지선 후보4.24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가 13일 오후 남편인 노회찬 전 의원과 함께 서울 노원구 상계종합사회복지관을 방문해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권우성



"남편이 부당한 판결을 받아 제가 나오게 됐습니다."

하루 종일 노원 병 지역 일대를 돈 김지선 후보의 인사말에는 '삼성 X 파일 사건'이 꼭 언급됐다. 일명 '떡값 검사'의 실명을 인터넷에 게재한 것을 이유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 남편,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재보선에 출마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김 후보는 "노회찬 대표의 명예회복을 하겠다, (의원직 상실은) 노회찬의 아내가 아니라 국민으로서도 너무 억울한 일"이라며 "서민을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며 지역 주민의 손을 잡았다.

그의 곁에는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가 함께했다. 노 대표와 오랜 연을 갖고 있다는 한 상인은 "(의원직 상실 판결이 났을 때) 약이 올라서 TV를 부수려고 했다"며 "노회찬 파이팅"이라며 그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노 대표는 먼저 그를 알아보고 다가선 주민들에게 자연스레 김 후보를 소개했다. 상계동 도깨비시장에서 상인들과 만난 노 대표가 "도깨비시장 힘든 거 다 안다"며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나왔다"며 김 후보를 슬쩍 앞에 세우는 식이다.

상계동에서 31년을 살았다는 박춘심(67)씨도 노 대표와 한참을 반갑게 인사 나눴다. 노 대표가 매주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해오고 있는 상계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만난 박씨는 "(노 대표가) 안타깝게 이리되셨으니 부인이 당선되면 가슴이 그렇게 쓰리진 않을 것"이라며 김 후보에 대한 지지 뜻을 밝혔다.

노점상연합회 방문한 김지선 후보 4.24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가 13일 오전 서울 노원구 북부노점상연합회 사무실을 방문해 인사를 하고 있다.
노점상연합회 방문한 김지선 후보4.24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가 13일 오전 서울 노원구 북부노점상연합회 사무실을 방문해 인사를 하고 있다.권우성

'노회찬 인맥'뿐 아니라 마들주민회 운영위원, 함께 걸음 의료생협 이사를 지내고 있는 김 후보에게는 지역 풀뿌리 조직도 우군이다. 실제, 이날 오전 김 후보가 북부노점상연합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김정모 북서부지역위원장은 "노회찬 의원이 비리를 저질러서 의원직에서 물러났다면 안철수 후보가 나서는 게 가능하겠지만, 노 의원은 국민의 알권리를 대변하다 잘못된 법에 의해 물러난 거 아니냐"며 "때문에 진보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뜻이 반영되는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며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김 후보는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지역 대표를 뽑는 선거인데 대통령 선거처럼 판이 커져서 부담이긴 하다"며 "그래도 혼자가 아닌 당의 힘으로 선거를 치르니 잘할 수 있다, 나처럼 가난하게 살면서 늦게 배운 사람들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는 게 새 정치의 출발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 멋있게 한 번 붙어보려고 한다"며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안철수'라는 커다란 복병이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 최제병 북부노점상연합회 조직 1국장은 "굴러 온 돌(안철수)이 박힌 돌(김지선)을 뺄까 봐 걱정"이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실제 시장 입구에서 노 대표와 김 후보를 만나 굳은 악수를 한 김 아무개(58)씨는 "안철수 vs 노회찬이면 고민을 좀 했겠지만, 부인이 나왔는데 뭐..."라며 "난 안철수 팬"이라며 안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김지선 #노원 병 #노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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