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도급 직원] "정규직? 어떻게 되는 건지 아는 게 없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3년 정도 이마트 매장에서 진열과 판매 업무를 맡고 있는 하도급업체 직원 박아무개씨(20대 후반·남성)는 정규직화 발표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11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박씨는 "나랑 비슷한 또래의 남성 직원들은 정규직화 발표가 별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고용안정과 복지 수준이 올라가 좋은 반응이 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랐다.
"어머니들은 좋아하죠. 제 또래 남자들은 별로 반기지 않아요. 정규직되면 자녀 학자금 나오고 의료비 지원된다고 하지만, 20대 남자들이 자녀가 있어요? 뭐가 있어요? 오히려 정규직 된다고 하니까 관리자들이 일을 더 막 시켜요. 업무 강도가 예전하고 완전 달라요. 전에는 단속 나온다, 뭐한다 해서 일을 하지 말라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이제는 말은 그렇게 안 하지만 어차피 정규직 될 거니까 그냥 막 시키는 거 같아요." 그의 또래들이 정규직화를 반기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애초에 이마트의 일을 임시직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도급 사원으로 여기를 평생직장으로 정착하겠다는 사람은 제 또래에서는 10%도 안 된다"며 "정규직이 된다고 해도 급여가 너무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일하는 매장에 하도급 직원은 100명가량, 그 가운데 20대 남성이 절반 정도 되고 나머지는 30, 40대 여성이 많다고 한다. 그는 정규직화 방식도 "'무기계약직'이 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했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어요. 그냥 다 정규직 될 거라는 말만 있죠. 어차피 되더라도 일반적인 정규직 직원이 아니라 무기계약 같은 형태가 되겠죠. 만약에 진짜 정규직이 돼서 진급도 할 수 있고 그렇다면 열심히 해볼 마음이 있는데, 별로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해요."
박씨는 그동안 이마트 문제를 지켜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문제가 많은 건 느꼈지만, 회사에서는 그런 얘기를 나눌 수도 없다"며 "농담으로라도 '기사 봤느냐'는 말을 못한다, 항상 감시하는 눈이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밝혀질 게 더 있다면 빨리 더 밝혀져야 회사가 나아질 거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협력업체 직원] "카톡으로 업무지시 여전... 여전히 눈치 본다"협력업체 직원 A씨는 이마트의 불법적인 업무지시를 제보했던 인물이다. (관련기사 보기 :
"이마트, 카톡으로 불법 업무 지시했다" ) 협력업체의 직원은 이마트의 업무지시를 직접 받을 경우 불법파견이 된다. 일하는 곳은 이마트지만 급여나 인사관리 모두 소속된 하도급 업체에서 하게 돼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지켜지기 어렵다. 대형유통업체들은 비용이 더 들어가는 직접고용 형태를 피하기 위해 이 같은 하도급 형태의 인력운영을 하고 있지만, 곳곳에 불법적 요소가 적발되고 있는 것이다.
A씨는 "실제로 현장에는 별로 영향이 없었다"며 "언론에 나오고 그러니까 잠깐 조심하는 것 같던데 곧바로 원상복귀했다"고 말했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뭘 개선한다는 얘기가 전혀 없어요. 카카오톡으로 업무 지시하는 것도 여전하고요. 얼마 전 명절 전후에 물류가 폭주하니까 남자 직원 3명을 내려보냈어요. 그것도 2~3일 하다가 갔어요. 그때 또 협력업체 아줌마들에게 '창고 안 치우냐'고 카톡으로 뭐라 하더라고요. 진짜 이마트가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안 될 거 같아요."A씨는 "협력업체 직원은 그 업체 일만 하면 되는 건데 엄청나게 부려 먹는다"며 "협력업체 쪽에서도 이마트가 불이익을 줄까 봐 시키는 대로 안 할 수가 없다, 눈 밖에 날까 눈치를 많이 본다"고 말했다. A씨의 말에 따르면 적어도 이마트는 협력업체 직원을 대하는 부분에서는 여전히 낙제점을 받고 있었다.
"원래 (규정대로만 하면) 협력사원은 일이 힘들 게 없어요. 우리한테 정해진 일만 하면…. 근데 실상은 이마트의 노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거기 직원들도 불법인 거 다 알아요. '이건 불법이니까 누가 오면 한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면서 시키죠." [이마트에브리데이 노조] "이마트, 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보여"'이마트에브리데이리테일'는 이마트가 SSM 사업을 위해 이랜드그룹의 킴스클럽을 인수해 세운 별도 법인이다. 킴스클럽은 이전 해태유통이라는 큰 규모의 유통업체였고 이때부터 노조가 있었다. 이마트는 킴스클럽을 인수하면서 가장 큰 불안요소로 이 노조의 존재를 꼽았다. 이마트는 인수과정에서 노조를 약화시키고 최종적으로는 와해시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 노조 측도 이번 이마트 사태를 통해 처음 그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12일 만난 신정호 이마트에브리데이 노조위원장은 이마트 사태 이후 변화를 묻는 질문에 "이미지도 개선하려고 하고, 탈바꿈하려는 노력은 엿보였다"며 "그룹에서 기업문화팀에 전화해 불법파견 등 불법사안이 있으면 올바르게 재정립하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 위원장은 이마트가 작성한 노조파괴 문건과 관련해 "예전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 말했다.
"그 문건을 보고 기업문화팀 실무자들에게 정보를 수집하려면 똑바로 하라고 했다. 그거밖에 못하냐고. 내용도 엉터리인 게 많았다. 사실 이게 알려져서 문제가 됐지 어느 기업이나 그 정도는 다 한다. 예전 해태노조 때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그때는 회사에서 노조 대의원 대회 성원 안 되게 하려고 납치까지 했다."신 위원장은 문건이 공개된 후 회사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대표이사가 어찌 됐든 회사 최고 책임자로서 이런 일이 오르내리는 것 자체에 대해 사과한다고 했다"며 "대표이사가 140여 개 지점을 모두 다니면서 사과도 하고 격려도 하고 의견 청취도 하고 금일봉도 전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인수 당시 인수팀 대표를 했던 상무라는 사람도 내게 전화를 해서 (그런 문건을 작성한 것에) 사과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한 사법 처리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공대위 측은 지난 1월 27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비롯해 이마트 관계자 19명을 부당노동행위, 개인정보법 위반,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용노동부와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검찰의 지휘를 받아 고용노동부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세 차례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고용노동부의 수사는 이달 말까지 진행되고, 수사가 마무리되면 검찰이 이를 넘겨받아 보강수사를 하게 된다. 고용노동부가 대규모 불법파견 적발과 같은 성과를 내놓은 만큼, 검찰의 사법처리 가능성도 높다.
물론 모든 일이 순조롭지는 않다. 이마트의 1만 명 정규직 전환 발표가 있었지만, 공대위 측은 하도급 직원뿐만이 아니라 협력업체 파견직원과 판매전문사원도 불법파견이라고 주장하며 직접고용을 촉구했다. 이마트의 정규직화 발표가 진행 중인 수사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 사이 정용진 부회장이 신세계와 이마트의 등기이사에서 사퇴한 것도 책임회피용 꼼수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오마이뉴스에서 인포그래픽 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