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장식여기의 실내 장식들은 일반 가정 거실과 비슷해보였다. 그릇을 유난히 좋아하는 주부가 거실에 장식해놓은 듯.
송상호
10평 남짓한 공간의 인테리어도 여느 거실과 비슷하다. 여기서 파는 차는 거의 그녀가 직접 만든다. 자신이 만들 수 없는 것 빼놓고. 오미자차, 레몬차, 복분자차, 고구마와 단호박 라떼 등도 직접 만든다. 각종 전통차도 직접 덖거나 우려낸다. 내 집에 온 손님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어서다.
다식도 항상 챙긴다. 집에서 만든 누룽지 등을. 잔 하나에도 세심하게 신경 쓴다. 빤히 아는 손님이라 가능하다. '어제 저 손님에게 저 잔을 줬으니, 오늘은 이 잔을 한 번 드려 볼까.' 이게 바로 그녀의 세심함의 결정체인 듯.
진심은 통했다. 그녀의 손님들이 언제부턴가 나눠먹으려고 찻집으로 막 나르기 시작했다. 그녀들의 시골집에서 가져온 김치, 장아찌, 젓갈, 간장게장 등을. 그녀가 한 가지씩 종류를 말할 때마다 말이 가볍게 통통 튄다. 이런 말하는 그녀는 엄친아 아들을 둔 엄마가 자식 자랑 하듯 신나 보인다.
인근 주부들의 라이프사이클, 그대로 반영돼이 찻집이 아파트 아줌마들의 사랑방이 된 지 오래다. 웬만한 아파트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여기가면 만나게 된다. 무엇보다 자녀들에 대한 정보다. 누구누구 집 아이가 피아노 대회 나가서 장려상 탄 거까지. 이렇게 많은 사례들이 여기에 축척되다보니 자연스레 서로 상담도 된다. 무엇보다 세 아이를 키우는 그녀로선 상부상조가 따로 없다.
인근 주부들이 여기를 편안하게 생각하는 건 그녀의 친절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들의 라이프사이클에 맞추기 때문이다. 저녁 6시부터는 손님이 거의 없다. 왜? 바로 남편과 아이들의 퇴근 시간이 가까워서다. 주부가 밥해야 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이면 종희씨도 종종 밥하러 간다. 물론 '문 닫았어요'로 돌려놓고.
'문 열었요가'가 내걸릴 시간이면 거짓말처럼 주부들이 하나둘 모여 든다. 저녁 10시가 넘으면 주부들의 나들이가 또 시작된다. 자녀들 재워놓고 짬난 시간이다. 이 찻집의 문 닫는 시간이 11시다. 그녀들을 위한 일종의 배려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