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9대 미국대통령 워런 G 하딩(Warren G. Harding)
Warren G. Harding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을 뽑는 설문 조사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 있다. 29대 대통령 워런 G 하딩(Warren G. Harding, 1865~1923)이다. 그는 대통령 재목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나는 대통령직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다. 이 직책을 맡아서는 안 된다"고 심지어 자기 입으로 고백했을 정도이다. 정치적 야심은 둘째치고 대책 없이 무능한데다 무식하였고, 연설도 형편없었다. 게다가 도박, 여자, 술을 즐겼고, 골프광이기도 했다. 대통령으로 재직할 당시에 그는 불법으로 제조된 위스키를 마시며 담배 연기 자욱한 백악관 도서관에서 포커판을 벌였다고도 한다.
그런 사람이 과연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을까? 그는 오하이오주에서 조그만 신문사의 편집장을 하다가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리스 조각상 같은 균형잡힌 얼굴은 이목구비가 뚜렷했고, 짙은 눈썹이 인상적이었다. 잘생긴 외모에 사교적이었던 하딩은 정적은 없고, 친구는 많았다. 그런 그가 정치계와 사교계에서 인기가 많은 것은 당연했다. 1914년에는 상원의원이 되었다. 그가 상원의원에 당선된 것은 당연했다. 왜냐하면 그는 '상원의원처럼' 생겼으니까. 1920년에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후보로 나오게 되었다. '대통령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대통령 후보로 나온 그는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고, 1921년 제 29대 미국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러나 행운도 잠시, 취임 2년 3개월 만에 그는 심장마비로 돌연히 사망했다. 그의 사망 이후, 수많은 공적, 사적인 스캔들이 터졌고 국민은 격분했으며 사학자들은 그를 역사의 평가에서 지워버렸다. 1982년부터 2005년까지 실시한 미국대통령에 대한 연구에서 워렌하딩은 미국의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받기에 이른다.
하딩의 이름은 번듯한 외모를 보고 판단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잘못된 선택의 가능성을 일컫는 '하딩 효과' 혹은 '하딩의 오류'로 쓰이게 되었다. 하딩은 번듯한 외모와 반대로 부실한 내면의 조합을 일컫는 대명사가 되었다. 하딩 이후에는 사람들이 교훈을 얻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역사를 살펴보아도 하딩효과는 분명히 작용하고 있다.
2005년 6월, 사이언스지에는 얼굴과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기재되었다. 독자들도 참여해보기 바란다. 여기 두 장의 사진이 있다. 둘 중 하나를 정치가로 뽑는다면 누구를 뽑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