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두마을에서 향일암으로 넘어가는 길
전용호
봄 햇살이 따뜻하다. 봄바람은 따뜻한 햇살을 시기하듯 새치름하다. 바람이 차도 따뜻하게 느껴지는 계절. 시내버스를 타고 여수 돌산도 끝 마을인 성두로 향한다. 버스 안은 여수시내에서 일 보고 돌아가시는 어르신들로 가득 찼다. 오랜만에 만원버스를 탔더니 구불거리며 달리는 버스가 멀미를 일으킨다.
마을마다 거쳐 가는 버스는 종점인 성두마을에 멈춰 선다. 커다란 당산나무 두 그루가 신령스럽게 하늘을 가리고 섰다. 성두마을은 돌산도 끝이지만 새로운 길이 시작된다. 성두마을에서 금오산 언저리를 걸어서 임포마을까지 연결되는 해안 벼랑길이 있다.
성두마을을 가로질러 간다. 조용한 어촌마을이다. 마을은 나른한 오후 햇살을 따사롭게 받고 있다. 산길로 찾아가기가 쉽지는 않다. 이정표나 안내판이 없다. 골목을 기웃거리다보면 집 사이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는 길이 있다. 노란리본 하나가 달랑거린다. 성두마을 사람들이 밭에 일하러 가는 길이다. 산비탈을 개간한 밭 사이 좁을 길을 따라 올라간다. 뒤를 돌아보니 성두마을이 바다를 품고 자리를 잡았다.
거친 산을 개간한 밭들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가면 산길과 만나고 삼거리가 나온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과 해안을 따라가는 길로 나뉜다. 아주 오래전에 산으로 올라가는 길로 들어섰다가 아주 애를 먹었던 적이 있었다. 바다 쪽으로 난 길을 따라 숲으로 들어선다. 숲은 겨울을 보낸 나무들이 하얀 피부를 반짝이며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