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역광장 이은상시비 철거 대책위원회' 관계자가 7일 오후 '가고파 시비'에 검정색 천을 덮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윤성효
대책위는 이날 검정색 천으로 시비를 완전히 덮어버렸다. 검정색 천 앞면에는 "떠나 가고파"라는 제목으로 이은상이 쓴 시 <가고파> 내용을 개사한 글을 적어 놓았다.
그 물새 그 동무들 하늘에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역광장에 서 있는고. 온갖 애증 다 뿌리치고 떠나갈까 떠나가. 가서 한데 얼려 조용하게 살고지고. 내 경력 색동옷 입혀 웃어본들 무엇하리. 역장아 로타리야 난 가고파라 가고파.시비 위에는 "이은상은 마산의 자랑이 아니라 수치"라는 내용의 대형 펼침막이 다시 내걸렸다. 대책위가 지난 2월 13일 펼침막을 내걸었는데, 창원시가 철거했던 것이다. 대책위가 창원시 건축과에 항의해 펼침막을 받아와 지난 2월 26일 다시 걸어놓았다.
국제로타리클럽(3720지구)은 3000만 원을 들여 시비를 세우고 지난 2월 6일 제막식을 가졌다. 시비는 허인수 마산관리역장이 제안해서 세워졌다. 제막식을 하기 전 누군가 파란색 페인트로 시비를 훼손하기도 했다.
문인들 "이은상은 애국지사, 위대한 민족시인" '가고파를 사랑하는 문인들'은 "노산 선생은 국가의 검증을 받은 애국지사이며 위대한 민족시인이다"며 "그는 대한민국국민훈장 무궁화장, 대한민국건국포장을 수상하고, 작고했을 때 문화훈장 1등급 금관문화훈장 추서와 함께 국가가 지원하는 사회장으로 국립묘지 현충원에 안장되었다"고 주장했다.
'친독재' 주장해 대해, 문인들은 "나라 없는 백성으로서 고통을 절감했던 그의 확고한 국가관은 여기서 확립된 것으로 강한 나라를 지향하면서 이승만의 초대 정부를 지지하고, 비록 혁명으로 집권했으나 박정희정부와 전두환정부에 부분적으로 협조하게 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3․15의거 폄훼'에 대해, 이들은 "당시 노산 선생이 마산데모를 걱정하면서 불법을 언급한 것은 고향 마산의 양민과 경찰과의 대치라는 긴박한 상황에서 학생들의 희생을 최대한 줄이고, 합법적으로 문제가 수습되기를 바라는 원로로서의 염려 이상의 언급이 아닌 것"이라고 밝혔다.
또 문인들은 2006년 마산시의회가 결정했던 '마산문학관'을 '노산문학관'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산 선생도 신이 아닌 이상 실수한 언행이나 행동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부분적으로 작은 흠결이 있다고 하여 그의 삶과 사유방식 전체를 문제 삼는 것은 민주시민이 취할 수 있는 논리적 태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문인들 주장에 탄식과 우려 금할 수 없다"대책위는 문인들의 주장에 대해 "탄식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은상이 받은 훈·포장에 대해, 대책위는 "모두 박정희·전두환 정권으로부터 받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이은상은 공화당 창당선언문 작성을 비롯해 성웅 이순신을 박정희의 통치이데올로기로 이용하게 했던 독재부역 사실과, 전두환에게 '특수한 상황에서는 강력한 대통령을 원하는 것이 일반 여론'이라며 아부의 찬사를 늘어놓았던 그의 행위가 독재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이은상은 독재부역행위를 정당화시키려고 궤변을 일삼다보니 정상적인 사고를 할 능력을 상실한 것이 아닌가. 이런 왜곡된 역사관과 국가관을 가진 문인들이 글과 말로 우리 사회에 끼칠 해악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