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별 재형저축 금리 비교
고정미
은행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제시한 을지로의 기업은행 본점 객장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은행 관계자는 객장 분위기에 대해 "오전 손님은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고 재형저축 관련 문의는 몇 건 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직장인의 점심시간인 정오부터 오후 1시 사이에는 손님이 늘긴 했지만,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었다.
이 일대 은행들의 객장에서는 드문드문 재형저축 상담이나 가입을 위해 방문한 고객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고객들은 재형저축에 대한 의견을 묻자 모두 한목소리로 '비과세'를 강조하면서도 "금리가 낮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2호선 을지로입구역 부근의 한 은행에서 만난 박아무개(44·여)씨는 "이자소득세를 안 무는데다 금리가 예금보다 1%P라도 높으니까 가입하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바로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면서 "그래도 서민저축 상품이고 7년이나 못 쓰고 묶어놓아야 하는데 금리가 너무 낮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금리가 최고 4.6%이지만 가입 이후 3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망설이는 직장인도 있었다. 현재 출시된 재형저축은 대체로 3년간은 고정금리가 적용되지만, 그 이후에는 1년마다 변동금리로 전환된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상담받으러 왔다"는 정아무개(38·남)씨는 "은행들이 3년 후에 터무니없이 낮은 금리를 설정해도 7년 지나기 전까지는 돈을 찾을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좀 더 관망한 뒤 결정할 예정"이라면서 은행을 떠났다.
서민에겐 '그림의 떡'... 중산층만 혜택?서민과 중산층의 재산형성을 함께 지원하기 위해 18년 만에 재개된 재형저축이지만 혜택을 볼 수 있는 이들은 서민보다는 중산층 쪽에 한정된다는 지적도 있다. 재형저축이 중산층에 못 미치는 소득 형편을 가진 서민들이 가입하기에는 까다로운 수준이라는 얘기다.
이날 객장에서 만난 한 은행관계자는 "오늘 재형저축 출시 첫날인데 객장에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가 뭐냐"고 묻자 즉각 "재형저축 조건 자체가 누구나 쉽게 가입할 수 있을만한 상품이 아니다"고 답했다.
"장기주택마련저축 같은 경우는 무주택 세대주만 대상으로 했지만 재형저축은 연급여 5000만 원 미만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니 가입 범위는 비교적 큽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좀 나뉘어 집니다. 연급여 5000만 원에 한참 못 미치는 분들은 여유자금이 많지 않으셔서 7년간 묶어둬야 하는 이 상품에 가입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반면 자금 여유가 있는 5000만 원에 가까운 고 연봉자들은 가입해볼 만 합니다. 내년이 되면 가입이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문의도 그런 분들에게 주로 오고요."이 관계자는 "여윳돈이 있는 5000만 원 언저리의 고소득 고객들이 국세청 등을 통해 자기가 재형저축 자격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면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가입이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도 비슷한 지점을 지적했다. 선 소장은 "최근 몇 년간 물가는 오르고 소득은 정체되어 있었기 때문에 서민층은 저축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태"라면서 "이런 식의 서민 저축 유도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서민들이 7년 동안 자금을 어떻게 묻어두겠느냐"고 반문하며 "그간 은행들의 경영 행태로 봤을 때 고정금리가 풀리는 순간 금리를 대폭 낮출 가능성이 큰데 그 점도 가입 전에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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