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에서 발간된 한국시선집 표지.
서진석
그런데 이처럼 한 나라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공동으로 시를 창작하여 헌정시집을 발간한 예는 극히 드물다. 1951년, 15명의 유명시인들이 공동으로 창작한 <조선에 관한 시들>이란 제목으로 틸비티스, 시리요스 기라, 쿠빌린스카스 등 대표적 시인들의 작품들이 실려 있다. 이 작가들은 현재까지도 리투아니아 곳곳에 공원이 조성돼 있을 정도로 문학사에서는 인정 받는 인물들이다.
이들 시들은 한국전쟁을 소재로한 작품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대부분 한반도를 침공한 미국의 사악함과 비인간적인 만행을 비판하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조선에 관한 시들>은 현재는 단 한권만이 리투아니아 국립도서관에 남아있다. 하지만 그 책에 남아있는 자료에 의하면 도서관에 납본된 이후 아무런 대여사실도 찾아볼 수 없다.
그와 동시에 리투아니아어로 번역된 <한국시선집>이 발간되기도 했다. 이 책의 서문에 의하면 남과 북을 통틀어서 가장 작품성 있는 작품을 모아놓았고 한국문학사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의 작품들도 실렸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오장환, 백인준 등을 빼놓고는 전혀 연혁이나 작품세계를 알아볼 수 있는 작가가 없다. <한국시선집>작품들에는 소련과 사회주의 영웅들, 김일성 같은 북한해방의 영웅들, 일제 당시 참혹했던 한국의 현실, 그리고 미국을 위시한 새로운 침략자들을 향한 증오의 메시지 등이 담겨 있다.
유럽에서 한국문학의 성공...리투아니아에서는? 유럽의 전반적인 상황에 비추어보면 리투아니아의 현실이 전혀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한국문학의 해외보급을 담당하는 한국문학번역원의 관계자에 따르면 황석영 의 <심청>, 오정희의 <유년의 뜰>, 이청준의 <이청준 소설선>, 김주영의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등이 유럽 전반적으로 비교적 판매량이 많고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김영하, 조경란을 비롯한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독자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2003년 오정희의 <새>가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조직위원회가 수여하는 리베라투어 문학상을 받았고 2010년 프랑스 신문 <르몽드>는 여름휴가에 가져가야 할 문학도서 10종 중 황석영의 <심청>을 1순위로 꼽아 주목을 끌었다. 2012년에는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 폴란드에서 '올해의 최고도서'로 선정되는 쾌거를 누리기도 했다. 발트3국에서는 에스토니아어로 한국의 신화집이 2011년에 출판되었고, 2012년 한무숙의 <역사는 흐른다>가 번역출판되어 한국문학이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는 중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세계문학의 보편성을 담지하면서도 한국문학의 고유성을 갖고 있는 작품들이 현지 독자들의 관심을 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최근 한국 젊은 작가들은 세계독자와 직접 호흡할 수 있는 보편성 있는 소재와 주제, 문체 등으로 인하여 한국문학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도 성공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리투아니아 같은 한국문학의 불모지인 지역에도 한국문학이 좀더 집중적으로 소개되고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함과 동시에, '소수민족'의 언어를 구사하는 인력이 드문 한계도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하일지의 차기작 역시 리투아니아어로 번역될 것으로 보이고, 이문열의 <리투아니아 여인> 역시 리투아니아어 번역작업 중에 있다는 소식이 들려,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계속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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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도 아닌데, 리투아니아가 사랑한 한국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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