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
박찬운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 역시, 최고야! 탄성이 절로 나오는 박물관아테네 고고학박물관은 그리스에서 출토된 유물, 그중에서 조각품이 압권이다. 물론 그중에는 로마 시대의 조각품도 있다. 그리스가 오랜 기간 로마제국의 일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이 박물관 앞에 서면 조금 애석한 생각이 든다. 멀리 우뚝 서 있는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과 비교해 보면 너무 초라하기 때문이다. 조상만 한 후손이 없는 법인가. 너무 뛰어난 조상을 두다 보니 후손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이는 것인가. 여하간 박물관의 도리아식 기둥은 파르테논의 그것과는 수준 차가 너무 난다.
당대의 기술은 그때가 최고라는 말이 있다. 파르테논을 만든 기술은 그것이 만들어진 기원전 5세기의 그것이 최고다. 현대가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했다 해도 고대 그리스인들이 발휘했던 그 기술을 따라갈 수 없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의 손이 좌우하는 기술은 그것과 비례하여 발전하는 게 아니다.
초라한 박물관의 외관에도 이 박물관의 문을 열고 제1 전시실을 들어가는 순간 그 외관과는 상관없이 역시, 최고야! 하는 탄성이 나온다.
아테네 고고학박물관은 19세기 그리스가 오스만 터키(튀르크)로부터 독립했을 때부터 잉태했다. 4백 년 가까이 오스만 터키에 의해 지배되어 온 그리스는 1821년 드디어 독립하게 된다. 독립과 동시에 그리스인들은 민족적 긍지를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그리스 전역의 고고학적 유물을 소장할 수 있는 박물관이 만들고 싶었지만 재정적 어려움 등으로 제대로 된 박물관을 갖지 못했다. 상당 기간 임시 박물관 시대를 경험하고 19세 후반에서야 비로소 지금의 박물관 시설을 갖추고 본격적인 국립고고학박물관의 시대를 맞이하였다.
초기에는 아테네와 인근에서 발굴된 것만을 소장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리스 전역에서 발굴되는 유물을 소장하는 그리스 최고, 아니 그것을 넘어, 세계 유수의 박물관으로 발돋움했다.
현재 이곳에 소장된 것 중 19세기 이전에 발굴된 것은 별로 없다. 거의 모두 그리스가 독립한 이후 발견된 것들이다. 그런데도 그 수량은 엄청나다. 독립 이전 그 많은 보물을 영국이 가져가 영국박물관을 채웠지만 고대 그리스의 유물은 땅을 파면 팔수록 나오는 것이었기에 해가 가면 갈수록 소장품은 늘어나 드디어 영국박물관을 능가하게 되었다. 지금은 적어도 그리스 땅에서 출토된 고대 그리스 유물에는 이 박물관이 세계 최고로 인정받지 않나 생각한다.
이 박물관과 관련하여 꼭 하고 싶은 이야기 하나는 2차 세계대전 중의 일화다. 당시 박물관을 지키던 사람들은 전쟁 중에 박물관 소장품이 약탈당하고 손상되는 것을 염려했다. 그래서 이들은 박물관의 주요 소장품 중 일부는 밖으로 내보내 안전가옥에 보관하고, 그러지 못한 소장품은 나무 상자에 넣어 박물관의 지하에 파묻고 특수 밀봉을 했다.
그 결과 전쟁 중에 박물관은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전쟁이 끝난 후 소장품은 손상 없이 세상에 나타날 수 있었다. 그리스 국보를 지키고자 했던 박물관 사람들의 철두철미한 직업정신에 숭고함마저 느낀다.
아테네 박물관의 최고의 컬렉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