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저의 발입니다. 발을 녹여주고 있습니다.
임현철
"동경 밝은 달에밤드리 노닐다가들어와 자리 보니다리가 넷이어라둘은 내 것이런만둘은 뉘 것인고본디 내 것이다만빼앗긴 걸 어찌하릿고."
일연스님이 지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처용가(處容歌·양주동 역)입니다. <처용가>는 자신의 아내가 다른 사내와 동침하는 걸 본 처용이 지은 노래로 간통 장면을 다리 수를 세는 것으로 묘사한 향가입니다. 이 설화를 간략하게 풀면 이렇습니다.
"처용이 밤에 외출했다 집에 들어와 보니, 아내의 잠자리에 두 사람이 누워 있었다. 처용은 '두 다리는 내 아내 것인데, 두 다리는 누구의 다리냐?'며 한탄하며 노래를 부르며 물러났다. 처용의 아내를 법한 역신이 감복해 처용의 얼굴을 그린 화상만 있어도 들어가지 않을 것을 맹세했다."이처럼 순간에 바뀌는 게 부부입니다. 부부는 흔한 말로 '님'이라 합니다. 여기에 점을 찍으면 '남'이 됩니다. 대수롭지 않은 점인 것 같으나 이 점 하나에는 운명을 좌우하는 엄청난 힘이 숨어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매사에 조심하라는 것입니다.
장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부가 웃으며 시작한 장난이 큰 싸움으로 번져 결국 헤어지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이는 부부간 넘지 말아야 할 경계의 선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내 각시, 손발이 왜 이렇게 차갑데?""으으으으~, 너무 찹다."아내가 제 다리나 등에 차가운 손과 발을 넣을 때 보이는 남편의 반응입니다. 차가운 손과 발이 따뜻한 몸에 닿을 때의 기분이란 정말 싫습니다. 그렇지만 제 얼굴에는 웃음 가득 합니다. 왜냐하면 아내가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실실 흘리고 넣기 때문입니다. 장난이라는 선전포고죠. 하지만 제 몸은 움츠러들고 배배 꼬입니다. 이즈음에 한 마디 더 건넵니다.
"내 각시, 손발이 왜 이렇게 차갑데?"이 따뜻한 말 한 마디면 만사형통입니다. 그리고 아내의 손과 발을 꼭 잡고 녹여줍니다. 그러면 아내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은 사랑 가득한 행복한 얼굴로 바뀝니다. 손발이 찬 저도 간혹 아내에게 이런 장난을 칩니다. 부창부수지요.
처음에는 이러지 않았습니다. 장난을 치면 "그만 하세요"라는 부드러우면서도 따끔한 일침이 돌아왔습니다. 그뒤에도 멈추지 않으면 "그만하라니깐"라는 격한 어투가 새나왔습니다. 이때 그만둬야 하는데, 선을 넘어 계속하다가 결국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부부로 살다 보니 삶의 지혜가 생기더군요. 장난이 과하면 안 된다는 걸 몸으로 배운 겁니다. <처용가>처럼 내 다리가 남의 다리가 되지 않으려면 적당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 밤, 아내를 혹은 남편을 가슴으로 '꼬~옥' 안아주는 건 어떨까요? 여기서 명심할 건 '가슴'으로 안아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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