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보물가진 필리핀, 못사는 이유 따로 있었네

[필리핀 여행③]필리핀의 살아 있는 역사...산토리뇨 성당을 가다

등록 2013.03.02 18:43수정 2013.03.02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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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국보1호 산토리뇨 성당에 도착했다. 이곳은 필리핀 사람이면 평생 한번은 성당을 찾아 기도해야 하는 곳이다.
필리핀 국보1호 산토리뇨 성당에 도착했다. 이곳은 필리핀 사람이면 평생 한번은 성당을 찾아 기도해야 하는 곳이다. 심명남

어느덧 여행 마지막 날이 되었다. 오늘의 일정은 마젤란 십자가와 산페드로요새, 성어거스틴교회(산토니뇨상)를 둘러보기로 했다. 이후 시내쇼핑으로 이번 여행이 끝났다.

많은 가족이 해외여행을 가다 보면 가이드의 역할이 참 중요한 것 같다. 다행히 우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이드 한 실력파를 만났다. 그는 우리와 동갑내기여서 말도 잘 통했다. 이곳에서 약 20여 년을 가이드 한 바비 원씨. 여행 내내 바비에게 듣는 필리핀의 과거, 현재 그리고 다가올 필리핀의 역사공부는 참 유익했다.


지금으로부터 40~50년 전만 해도 필리핀은 한국보다 훨씬 잘 살았다. 1960~70년대만 해도 생활이 어려운 한국 여성들은 필리핀으로 시집을 갔단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필리핀의 많은 여성들이 한국으로 시집와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산다.

아시아의 빈국으로 전락한 필리핀 왜?

 필리핀 현지인들이 성어거스틴교회 앞에서 촛불을 켜고 소원을 빌고 있다.
필리핀 현지인들이 성어거스틴교회 앞에서 촛불을 켜고 소원을 빌고 있다.심명남

많은 침략을 당했던 필리핀은 우리와 처지가 비슷해 가까운 친구같다. 6.25전쟁 때 군대를 보내준 나라. 우리가 배고플 때 구호식량으로 보낸 안락미(원래는 안남미로 표현해야 맞음)를 보내준 나라. 또한 동국대 앞 장충체육관은 필리핀의 원조로 지어졌다는 사실을 요즘 아이들은 잘 모른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지만...

하지만 한국을 원조했던 잘살았던 필리핀은 지금 아시아의 빈국으로 전락했다. 우리와 정반대로 가는 필리핀. 그 역사를 들으니 대충 감이 간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일까?

7107개의 섬을 가진 필리핀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섬이 많은 나라다. 식민지 전 각 섬마다 부족국가였던 필리핀은 80여 가지의 언어를 사용했다. 표준어는 마닐라의 '타갈로그어'이지만 현재 공용어로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


필리핀은 1565년부터 식민지가 시작되었다. 무려 333년(1565~1898)간 스페인의 식민지였다. 이 나라가 한국보다 훨씬 잘 살았던 이유는 바로 필리페2세의 농장 때문이었다. 필리핀은 좋은 기후 덕에 세계 야자생산 1위, 사탕수수 2위, 커피 생산량 5위를 자랑한다. 필리핀을 점령한 스페인 국왕 필리페2세는 농장을 운영해 자원을 착취했다. 필리핀이란 국명은  필리페2세에서 유래했단다.

 여행 마지막날 산페드로요새를 관람했다. 스페인 점령군은 성 곳곳에 포를 설치해 그들만의 신문명 타운을 건설했다.
여행 마지막날 산페드로요새를 관람했다. 스페인 점령군은 성 곳곳에 포를 설치해 그들만의 신문명 타운을 건설했다.심명남

스페인에서 해방된 1898년. 필리핀은 또다시 47년 동안 미국의 식민 지배를 받는다. 미국은 철저하게 교육과 행정을 자국식으로 바꾸었다. 또한 '환경보호법'이라는 미명하에 2차 산업 금지법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상품 조립 생산만 가능하다 보니 아직까지 필리핀 자체 브랜드가 없단다. 한마디로 필리핀은 값싼 노동력만 착취당하는 꼴이다.


불행하게도 또다시 4년간 일본의 식민 지배를 당하는 필리핀. 일본 천황은 야마시타에게 아시아의 황금과 보물을 가져 오라고 명을 내린다. 이후 동남아 16개 국가에서 수탈한 보물은 필리핀에 모였고 곧 일본은 패망한다. 필리핀에 묻힌 이 보물들은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이후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돌보기보다 보물찾기에 바빴다.

결국 1970년대 이멜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 재임시절 보물이 일부 발견된다. 그 규모는 당시 시세로 2조 원을 호가했단다. 그의 사치는 세계적으로 유명했다. 27년간 장기집권 후 필리핀에서 쫓겨난 마르코스는 보물을 싸 들고 미국으로 망명, 호놀룰루까지 전투기를 타고 줄행랑을 쳤다. 이후 대통령만 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보물찾기에 나서고 있다는데...아직도 금궤와 보물은 174개중 약 170여개가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바로 미국 CIA가 파악중인 black gold로 그 값어치는 약 1경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입이 쫙 벌어진다.

막탄섬에서 막내린 세계적인 항해사 마젤란

 나무십자가와 아기예수상이 있는 마젤란 크로스는 국보1호다. 아시아 대륙 유일한 가톨릭 국가 필리핀은 전체 인구 83%가 가톨릭 신자다
나무십자가와 아기예수상이 있는 마젤란 크로스는 국보1호다. 아시아 대륙 유일한 가톨릭 국가 필리핀은 전체 인구 83%가 가톨릭 신자다심명남

어느덧 세부에 있는 마젤란 크로스에 도착했다. 이곳은 필리핀 국보1호다. 산토리뇨 성당은 국보2호. 아시아 대륙에서 유일한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은 전체 인구 83%가 가톨릭 신자다. 또 10%는 개신교다. 필리핀은 90%가 넘는 인구가 하느님을 믿는 셈이다. 이곳에선 낙태와 화장이 안 된다. 필리핀에서 종교란 자기 의지가 아닌 무조건 믿어야 하는 운명이다. 태어나서 평생 한번은 이곳 산토리뇨 성당을 찾아 기도해야 한다.

마젤란은 당시 가장 유명한 선장이었다. 그 시절 유럽에서 후추는 어마어마하게 비싼 음식이었다. 그래서 후추 100g은 사금 100g과 맞먹는 값이었다. 후추를 구해오라는 스페인 국왕의 명을 받은 마젤란의 항해가 시작된다. 배를 타고 인도를 찾아 나선 마젤란은 항해를 잘못해 아마존에 도착한다. 이윽고 원주민들과 전쟁이 시작된다. 전쟁에 진 원주민들은 마젤란에게 땅을 바쳤고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죽음을 당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유럽의 남미 정복은 이렇게 뻗어갔다.

또다시 항해가 시작되어 브라질, 멕시코, 태평양을 거쳐 괌 사이판에 도착한다. 훗날 마젤란의 항해를 복원해 보니 깜짝 놀랄만한 사실을 발견한다. 마젤란이 타고 간 배가 2km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일본이 보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km를 벗어났다. 만약 마젤란 일행이 일본에 상륙했다면 일본은 아마 스페인의 식민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임진왜란이 일어나지 않았고 우리가 일본의 침략을 받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들은 일본을 스치듯 지나갔다.

1521년 포르투갈 항해사 마젤란은 세부에 도착한다. 그들을 공격한 남미와는 다르게 추장은 마젤란 일행을 초대해 바베큐 파티를 연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바베큐가 아니라 돼지껍데기였다. 돼지껍데기는 스페인 구어로 '세부'다. 이 섬이 세부가 된 어원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것.

결국 일이 터졌다. 마젤란 일행이 가지고 온 병 때문에 세부추장이 쓰러지고 만다. 지금으로 말하면 감기다. 용하다는 무당을 불렀지만 추장의 병은 낫지 않았다. 마침내 마젤란이 나섰다. 아마존 원주민이 채취한 감기약(지금의 아스피린)을 먹였더니 쓰러졌던 추장의 병이 나았다. 이렇게 병을 고쳐준 광경을 본 필리핀 원주민들은 가톨릭을 받아 들였다. 이후 마젤란 일행 신부에게 700명이 집단세례를 받는다. 그때가 바로 1521년 4월 21일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남미에서는 가톨릭을 전파하기 위해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죽음을 당했는데 필리핀은 자발적으로 하나님을 믿게 된 것.

 44년 동안 필리핀 전체 섬을 식민지로 만든 레가스티 장군(좌)과 마젤란을 죽인 필리핀의 영웅 라푸라푸(우) 추장의 모습
44년 동안 필리핀 전체 섬을 식민지로 만든 레가스티 장군(좌)과 마젤란을 죽인 필리핀의 영웅 라푸라푸(우) 추장의 모습심명남

마젤란 일행의 포교는 계속되었다. 그런데 이들을 반대하는 추장 라푸라푸의 저항을 받는다. 마젤란은 전투 끝에 세부 막탄섬에서 죽고 만다. 이같은 사실을 접한 스페인 국왕은 군대를 보냈다. 이때 성당부지가 다 불탄다. 필리페 2세 스페인 국왕은 마젤란이 만든 성당자리에 다시 성당을 지으라 명한다. 이어 불탄 자리를 팠다. 거기엔 십자가와 아기 성좌상이 그을림도 없이 발견되었다. 이 광경을 본 원주민들은 더 가톨릭을 신봉하게 된다. 44년 동안 레가스티 장군은 필리핀 전체 섬을 식민지로 만들었다. 훗날 레가스티 장군은 세계에서 가장 사람을 많이 죽인 인물로 알려졌다. 평생을 식민지를 만들기 위해 일생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침략자에 대항해 용감히 저항한 필리핀의 영웅 라푸라푸. 그의 동상은 왼손에 방패를 들고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지금도 세부 사람들은 이곳에서 가장 맛있는 어종을 이 추장의 이름을 본떠서 '라푸라푸'로 부르고 있다.

친구인 해바라기 가족의 필리핀 여행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마지막 날 산페드로요새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해바라기 가족 모습
마지막 날 산페드로요새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해바라기 가족 모습심명남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가족여행 #해바라기 #세부여행 #마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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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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