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십자가와 아기예수상이 있는 마젤란 크로스는 국보1호다. 아시아 대륙 유일한 가톨릭 국가 필리핀은 전체 인구 83%가 가톨릭 신자다
심명남
어느덧 세부에 있는 마젤란 크로스에 도착했다. 이곳은 필리핀 국보1호다. 산토리뇨 성당은 국보2호. 아시아 대륙에서 유일한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은 전체 인구 83%가 가톨릭 신자다. 또 10%는 개신교다. 필리핀은 90%가 넘는 인구가 하느님을 믿는 셈이다. 이곳에선 낙태와 화장이 안 된다. 필리핀에서 종교란 자기 의지가 아닌 무조건 믿어야 하는 운명이다. 태어나서 평생 한번은 이곳 산토리뇨 성당을 찾아 기도해야 한다.
마젤란은 당시 가장 유명한 선장이었다. 그 시절 유럽에서 후추는 어마어마하게 비싼 음식이었다. 그래서 후추 100g은 사금 100g과 맞먹는 값이었다. 후추를 구해오라는 스페인 국왕의 명을 받은 마젤란의 항해가 시작된다. 배를 타고 인도를 찾아 나선 마젤란은 항해를 잘못해 아마존에 도착한다. 이윽고 원주민들과 전쟁이 시작된다. 전쟁에 진 원주민들은 마젤란에게 땅을 바쳤고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죽음을 당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유럽의 남미 정복은 이렇게 뻗어갔다.
또다시 항해가 시작되어 브라질, 멕시코, 태평양을 거쳐 괌 사이판에 도착한다. 훗날 마젤란의 항해를 복원해 보니 깜짝 놀랄만한 사실을 발견한다. 마젤란이 타고 간 배가 2km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일본이 보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km를 벗어났다. 만약 마젤란 일행이 일본에 상륙했다면 일본은 아마 스페인의 식민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임진왜란이 일어나지 않았고 우리가 일본의 침략을 받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들은 일본을 스치듯 지나갔다.
1521년 포르투갈 항해사 마젤란은 세부에 도착한다. 그들을 공격한 남미와는 다르게 추장은 마젤란 일행을 초대해 바베큐 파티를 연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바베큐가 아니라 돼지껍데기였다. 돼지껍데기는 스페인 구어로 '세부'다. 이 섬이 세부가 된 어원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것.
결국 일이 터졌다. 마젤란 일행이 가지고 온 병 때문에 세부추장이 쓰러지고 만다. 지금으로 말하면 감기다. 용하다는 무당을 불렀지만 추장의 병은 낫지 않았다. 마침내 마젤란이 나섰다. 아마존 원주민이 채취한 감기약(지금의 아스피린)을 먹였더니 쓰러졌던 추장의 병이 나았다. 이렇게 병을 고쳐준 광경을 본 필리핀 원주민들은 가톨릭을 받아 들였다. 이후 마젤란 일행 신부에게 700명이 집단세례를 받는다. 그때가 바로 1521년 4월 21일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남미에서는 가톨릭을 전파하기 위해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죽음을 당했는데 필리핀은 자발적으로 하나님을 믿게 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