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땐쓰' 중 동영상장면. 무려 6개월 동안 전국각지에서 촬영한 아저씨들의 다양한 춤을 15분 동안 소리없이 보여준다.
박순영
전국 각지의 아저씨 춤 영상장면이 끝나고, 무대에는 이 공연을 위해 오디션에 응시해 뽑힌 아저씨 20명이 무대에 모두 등장한다. 무대를 서성이며 고민을 표현하는 듯 하더니 이내 한명씩 자신의 이야기를 배경영상과 함께 표현한다. 어디서 춤을 저렇게 배웠을까. 막춤을 비롯해, 마임, 국악 춤, 왈츠 등의 다양한 장르가 등장한다.
흰색 나비넥타이가 멋있는 성성열씨는 신사답게 점잖은 걸음으로 왈츠처럼 인생을 표현하고, 정연우씨는 양동이로 힘든 인생을 퍼나르듯 물을 이곳 저곳으로 퍼붓는다. 국악인 장귀복씨는 하얀 한복에 엿가락 가위를 양손에 들고 기체조를 하듯 절도 있는 리듬을 만들어내고, 썬글라스를 낀 최진호씨는 양동이를 엎어놓고 앉아 비눗방울에 꿈을 담아 불어본다.
문성식씨는 스코틀랜드 전통의상 킬트를 입고 육중한 몸매를 던지며 사방팔방 신나게 공간을 휘젓고, 윤중강씨는 강렬한 파란 바지에 빨강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 채 사회에 반항하듯 옷과 넥타이를 벗어던진다. 박병건씨는 넥타이 없이 단추 하나를 풀고 바지단은 걷어 올린 채 잠시 걷다가 피아노를 치는 마임을 한다. 표현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이야기하는 것은 한가지, "나는 대한민국의 아저씨"라는 것이다.
어떻게 일반인 댄스 시리즈의 종결판이 아저씨가 되었을까. "일반인 시리즈를 시작할 때만 해도 아저씨가 주제가 될 줄 몰랐죠. 처음 할머니들을 촬영하는데 너무 잘하시니까 '아, 이거 하나로 끝낼게 아니라 시리즈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딱 들더라고요. 그 다음 세대는 청소년 고등학생, 그중에서도 공부만 하는 특목고 애들, 그래서 국제고 학생들이 되었구요. 그러고 나서 우리 사회에서 정말 반론이 되지 않는 남자, 아저씨들을 해 보자. 그렇게 된 거죠. "
안은미 컴퍼니 단원인 변상아씨(한예종 무용원 재학)는 "아저씨들을 대변하는 마음, 아저씨들의 그런 힘든 것들을 안은미 컴퍼니 단원들이 안무 앞부분에서 대신 보여드리고, 다음 부분에서 아저씨들이 진실된 에너지를 보여주시는 거죠" 라며, "안은미 선생님은 무용수들이 단지 감정이나 특이한 움직임 뿐 아니라, 무용수가 체력적으로 한계에 도달해서 얻어지는 진실한 움직임을 추구하시기 때문에 실제로 많이 다치기도 한다. 그래서 오히려 더 멋진 무대가 나오는 것 같다"라고 처음 안은미 컴퍼니에 참여하며 이번 공연에 선 소감을 밝혔다.
공연에 참가한 이승엽씨(43, 회사원)는 "막상 어떤 공연이 될지 궁금했는데, 최종 리허설을 끝내니 속이 후련한 기분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성식씨(44, 언론인)는 "그냥 즉흥적으로 가는 거죠. 오늘은 이 퍼포먼스, 내일은 저 퍼포먼스 매일매일 달라지는 퍼포먼스가 재미있을 거예요"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최진호씨(47, 영화감독)는 "무책임한 땐쓰니까 그냥 책임 없이 가는 거죠. 하다가 지치면 그냥 가만히 있고 그냥 그렇게 하려고요"라며 웃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