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 점곡면 사촌마을에서는 정월 대보름날이면 '전통문화 보존 재현행사'가 벌어진다. 이 날 이곳에 가면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다.
정만진
1970년대에는 국민의 70% 이상이 농·어촌에 거주했다. 그 무렵 농촌에서 국민학교를 다녔던 나는 정월 대보름이 되면 아주 신이 났다. 평소에 못 보던 이런저런 먹을거리들의 출현도 어린 나를 기쁘게 해줬다. 밤이면 마을 뒷산에 올라 쥐불을 빙빙 돌리는 것에도 흥이 넘쳤다.
하지만 그 일은 이제 까마득한 추억이 돼 흘러갔다. 지난 24일이 정월대보름이었지만, 나는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제 우리집에는 정월대보름을 챙길 만한 존재가 안 계시기 때문이다. 세월은 유수같이 흐른다지만, 세상이 변하는 속도도 날아가는 화살처럼 빠른 듯하다.
정월대보름도 모른 채 볼일 보러 다녀24이 정오 무렵, 서울에 사는 선배의 전화를 받았다. 오곡밥을 먹었느냐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오늘이 정월 대보름이구나' 깨달음이 왔다. 아마 나보다 한 세대 젊은 20-30대 청년들 중에는 그 말을 듣고도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채지 못하는 이들도 많으리라.
그런데 그 순간, 천운인지 도로변에 '정월대보름, 점곡면 전통문화 보존 재현행사, 윷놀이, 큰줄당기기, 풍등 날리기, 달집 태우기'라고 쓰인 커다란 현수막이 눈에 들어 왔다. 경상북도 의성군 점곡면 사촌마을의 '의성사촌문화공간' 정문에 내걸린 현수막이었다. 그 아래에는 '2013 계사년 정월 대보름 달집 태우기' 현수막이 덧붙여 걸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