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설선에서 유출된 윤활유. 이날 방재당국은 윤활유 50리터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그보다 더 많은 양이 유출된 듯했다.
정수근
- 경북 구미시 도개면과 대구시 달성군 하빈면 낙동강가에 방치되어 있던 폐준설선에서 상당량의 기름이 유출되었다. 현장 상황은 얼마나 심각한가."지난 6일 구미시 도개면의 일선교 직하류 낙동강 좌안 500m 하류 지점에 방치돼 있던 폐준설선에서 상당량의 기름(벙커A)이 새어 나왔습니다. 당시 방재당국의 조사발표에 의하면 연료통 배관 일부가 동파해 50여 리터의 기름이 유출됐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결과, 당국 발표보다 많은 양의 기름이 유출된 듯합니다. 기름이 흘러나온 면적이 상당했고, 그 면적은 준설선의 넓이보다 더 넓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일까요? 4대강 보로 강물이 막혀 정체된 탓에 당시 낙동강이 꽁꽁 얼었습니다. 만약 흐르는 물길이었다면 기름이 그대로 식수원 낙동강으로 흘러들었을 겁니다. 현장에서 10㎞ 하류에 구미광역취수장인 해평취수장이 있습니다.
또 지난 7일에는 달성군 하빈면 성주대교 상류 2.5km 지점에서는 좌초한 폐준선설이 발견됐습니다. 이 배에서 윤활유 등의 기름이 역시 상당량 새나왔습니다.
문제의 준설선은 배 안에 윤활유 등 200리터를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사고 현장 주변 강물이 얼어 있어 현재까지 준설선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역시 사고지점에서 8km 하류에 대구광역취수장과 고령취수장이 있습니다."
- 4대강 사업이 모두 준공됐다. 왜 아직 준설선이 그대로 방치돼 있나."그렇습니다. 사업이 끝나면 부대시설들은 마땅히 정리돼야 합니다. 그런데도 국토부가 이를 정리하지 않고 방치했다가 이런 사고를 부른 겁니다. 4대강 사업 기간 중에도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번에 사고가 일어난 준설선들은, 4대강 사업 이전에 낙동강에서 골재를 채취하던 하던 분들의 준설선들입니다.
4대강 사업 시작과 함께 골재채취업이 사실상 강제 폐업되었고, 그 때문에 이들이 이용하던 배들은 2009년 말께부터 사실상 방치됐습니다. 현재까지 총 132척이 방치돼 있고, 이 중 두 대에서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겁니다."
- 골재채취업을 하던 분들의 상황이 궁금하다. 골재 채취 노동자들이 낙동강에만 약 700명 있다고 들었는데."그렇습니다. 낙동강에만 골재 채취 노동자가 약 700명 있었습니다. 평균 근속연수가 20~30년 이상된 노동자도 많았습니다. 낙동강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들에게는 평생 일터였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4대강 사업 시작과 더불어 하루아침에 일자리에서 쫓겨났습니다. 노동자들은 '평생직장이나 다름없고, 다른 일에 비해 노동시간이간이나 임금 등이 좋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업주나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쫓겨났으니 이분들의 상실감과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