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부 장관 내정자가 19일 오전 출근을 위해 서울 잠원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고백하건대 기자도 한때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고향집 근처 교회에 열심히 다녔고, 재수할 때 J학원의 기독교모임에도 나갔다. 대학에 진학해서는 누님을 따라 서울에서 제법 큰 A교회를 다녔고, 그곳에서 성경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도 했다.
A교회에는 유명 소설가 Y씨와 청바지로 이름을 날렸던 B기업의 사장도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B기업은 노동탄압이 심했다. 하지만 교회 장로였던 B기업의 사장은 교회에서 언제나 너그러운 미소로 성도들을 만났다. 그에게서 '노동탄압'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의식화' 과정을 거치고 있던 기자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풍경이었다. 낮은 곳으로 임했던 예수의 삶과 B기업의 노동탄압이 전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자가 갑자기 B기업 사장을 떠올린 것은 황교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아주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언론보도를 접한 이후였다. '대표적인 공안통 검사'와 '독실한 기독교인'의 조합이 한국사회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기자에게는 꽤나 어색해 보였다.
사법연수원 시절 야간에 신학대 다녀... 기독교 민영교도소 설립에 관여황 후보자(사시 13기)는 지난 1983년 검사로 임용된 이후 대검 공안1·3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과 2차장 등을 지냈다. 검찰의 공안 관련 핵심요직을 거친 '대표적인 공안통 검사' 출신이다. 게다가 <국가보안법 해설>(1998년)과 <집회·시위법 해설>(2009년) 등도 펴냈다. 그런 점에서 그가 노무현 정부 시절 "6·25 전쟁은 북한 지도부에 의한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한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구속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박근혜 당선인도 황 후보자의 '공안본능'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 제출된 '법무부장관 인사청문요청안'은 그를 박근혜 정부 첫 법무부장관에 지명한 '사유'를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검찰권을 행사하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교란사범, 사이버범죄, 서민권익침해사범 등을 엄단하는 한편 제도와 관행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선하여 법질서 확립과 검찰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음. - 서울중앙지검 제2차장검사 및 공안 제2부장검사로 근무하면서 국정원·안기부 불법도청사건, 동국대 강정구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발전노조 등 공공부문 불법파업 사건, 특수임무단체도심폭력시위 사건 등 공공의 안녕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여러 사건들을 철저히 수사하여 처리하였음.이렇게 공안통 검사인 황 후보자도 알고보면 '부드러운 남자'였다. 지난 2009년에는 자신이 직접 연주한 색소폰 음반을 발표해 '색소폰 검사'라는 별명을 얻은 것이다. 그런데 기자의 관심을 자극한 것은 그가 아주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이었다. 알고 보니 그는 '독실해도 너무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황 후보자는 지난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는데 사법연수원 시절 야간에 신학대를 다녔다. 교회 전도사를 지냈고, <종교활동과 분쟁의 법률지식>(1998년),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2012년) 등을 썼다. 현재는 기독교 민영교도소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아가페'의 이사를 맡고 있고, 법조계 기독교모임인 '애중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아가페에서 민영교도소를 설립·운영하는 과정에서 그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부인도 기독교계열 대학인 한영신학대를 거쳐 현재 나사렛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공안통 검사로서는 조금 별나긴 하지만 이런 활동들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뭐라고 꼬집을 여지는 없다. 하지만 그의 유별한 '기독교 사랑'을 좀 더 깊숙하게 들여다 보면 '기독교 편향성'의 위험성이 충분히 감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