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환자의 병원 영수증을 보면 비급여 부문에서 큰 부담이 생긴다. 병원비의 40% 이상이 비급여 부문이다.
김다솜
박진석씨(41)는 8년 전 백혈병을 앓았다. 원인 모를 감기 증상은 한 달이 다 되도 낫질 않았다. 대학병원을 찾았다. 백혈병이었다. 세 딸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집안의 기둥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박씨는 2004년 11월 2일부터 2005년 7월 21일 동안 총 4차례 입원했다. 한 번 입원하면 천만 원이 넘는 병원비가 나왔다. 박씨는 "백혈병 치료 중에 비급여 항목이 많아 보험 처리가 안 됐다"며 "보험금, 진단금, 약관 대출로 겨우 버티고, 힘들 땐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어려운 형편에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다. 아내와 세 딸은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자금 100만 원으로 최소한의 생활을 해야만 했다. 박씨의 아내는 8개월짜리 젖먹이 딸을 돌보느라 직장을 구할 수 없었다. 나머지 두 딸도 3살, 9살로 아직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다.
"조혈모 세포 이식(골수이식) 수술을 하면 완치율이 50%라는 거예요. 그래서 온 가족이 검사를 받았는데, 여동생이 유전자 1개 빼고 저랑 다 맞았어요. 근데 돈이 걸림돌이었죠. 조혈모 이식을 하려면 7천만 원에서 1억 원 정도 들어요. 사실 이식한다고 100% 사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하면 병이 나을 수 있을까'보다 돈 걱정이 더 컸어요. 결국 조혈모 세포 이식 거부하고, 대신 보험 처리가 되는 항암치료를 받았죠."다행히 박씨는 현재 완치돼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박씨는'4대 중증 질환 100% 지원 보장' 공약만 보고 박 당선인에게 투표했다. 박씨는 "한 번 그 고통을 겪어본 가족들한테는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이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지금은 완치가 됐지만 다시 아플 수도 있잖아요. 자연스럽게 박근혜 후보가 낸 공약에 눈이 갔어요. 솔직히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우스갯소리로 박근혜를 '바꾸네'라고 해요. 다시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 박근혜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하고요. 백만 표밖에 차이가 안 났잖아요. 4대 중증 질환자랑 가족만 합해도 수가 꽤 되니까…"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기간 동안 TV 토론과 공약집을 통해 "4대 중증 질환을 국가가 100% 책임지겠다"고 공표해온 바 있다. 이에 많은 4대 중증 질환 환자와 가족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인수위원회가 꾸려지고, 본격적인 박근혜 정부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중증질환 환자와 가족들의 희망은 실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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