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 장학사 선발시험문제 유출비리 사건과 관련, 18일 오전 충남경찰청에 2차 소환된 김종성 충남교육감이 조사를 받기 위해 3층으로 올라가고 있다.
오마이뉴스 장재완
김종성 충남교육감이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9월 초순경, 구속된 김아무개 장학사로부터 교육전문직(장학사·교육연구사) 선발시험 문제 유출과 관련된 보고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충남지방경찰청 수사과 관계자는 18일 김 교육감을 재소환해 "지난해 9월 김아무개 장학사에게 응시자들에게 문제를 알려주고 받은 돈의 액수와 돈을 건넨 교사의 인원수에 등을 보고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김 교육감은 '보고 받은 당시는 일이 일어난 이후'라며 '(문제유출을)지시하지도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김 교육감이 장학사로부터 대포폰을 장학사 선발 시험 공고 직전인 지난해 6월 건네받고, 통화 시점도 돈 거래가 있었던 때에 집중되는 점, 장학사 혼자 일을 벌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진술의 진실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에 앞서 경찰은 구속된 장학사로 부터 '김 교육감이 사건을 지시했고 받은 돈 액수와 대상 및 인원도 교육감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10시 경 조사를 마무리했다. 수사 관계자는 "추가 소환 계획은 없다"며 "조사 내용을 검토한 후 다음 주 초에 신병 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교육감은 2차 소환조사에 앞서 기자들에게 대포폰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큰 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하기도 했다.
다음은 교육전문직(장학사·교육연구사) 선발시험 문제유출사건에 대한 궁금점을 기자가 일문일답(10문 10답) 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 이번 충남 교육전문직은 시험문제 유출 관련 수사는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지난해 중순 경 수사기관에 주변인물로부터 구체적인 제보가 들어오면서 경찰이 내사가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장학사가 되려면 수천 만 원이 들어야 한다거나, 줄을 잘 서야 한다는 등의 각종 설이 떠돌았습니다. 경찰이 지난 1월초 충남도교육청 소속 장학사 노아무개(52)씨를 구속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11일 사건에 연루된 문제출제위원이자 장학사인 박아무개(48) 장학사가 음독자살하기도 했습니다."
- 시험 문제 유출, 아주 주도면밀하게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요?"그렇습니다. 현재까지 돈을 받고 문제를 유출한(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3명의 장학사와 돈을 받은 한명의 교사가 구속됐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장학사들은 시험 공고 전후 돈을 받을 시험 응시 대상자를 미리 선정했습니다. 돈을 받을 교사의 선정은 시험 준비자중 친한 지인이나 학창시절 동아리 또는 ROTC 선후배, 과거 함께 재직했던 동료 교사 등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이어 미리 논술 문제와 면접 문제 등을 돈을 준 응시자에게 전달했습니다. 이후 시험 출제위원으로 선발된 자중 일부를 포섭해 응시자에게 배포한 문제가 그대로 출제되도록 유도했습니다. 이들은 또 범행과정에서 14대의 대포폰을 사용했습니다. 통화 내역, 계좌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당사자들끼리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 문제 유출 대가로 오고 간 돈은 얼마나 되나요?"이들은 시험응시자 중 논술시험 면제자는 1000만 원, 인지도가 높고, 경력이 있는 사람은 2000만 원, 그렇지 않은 경우 3000만 원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중등 분야 응시자 16명과 초등 분야 응시자 2명 등 모두 18명으로부터 문제유출 대가로 받은 돈은 모두 2억 6000만 원에 이릅니다."
- 장학사라는 게 어떤 자리 길래 이렇게 큰돈이 오가는 겁니까?"교육전문직이 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고속으로 교감, 교장이 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학사는 '장학 업무'를, 교육연구사는 '교육연구 업무'를 수행합니다. 장학사는 일선 학교의 교과과정과 인사 전반에 직접적으로 간여할 수 있는 자리인데요. 하지만 교육전문직 자체에 대한 선호도는 높지 않습니다. 즉 전문직을 거치지 않으면 교감이 되거나 교감에서 교장이 되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최소 25년) 전문직을 선호하는 것입니다.
장학사가 되면 5년 이상만 근무하면 교감, 교장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한번 교장으로 임명되면 수업도 전혀 하지 않은 채, 정년까지 교장이 보장되는 출세 수단이 됩니다. 교육전문직이라는 엘리트 코스를 거쳐야한다는 교육계의 관행화된 인식과 교육전문직 코스를 밟은 사람들끼리의 파벌의식도 임용 경쟁을 치열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