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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천사들이 있다면 제 머리 위를 즐겁게 돌며 노래를 불러 주었을텐데. 짧고 높고 시원한 그 소리. 안심할 순 없었습니다. 음식에 대한 갈망이 제 의식을 혼란시켜 환청을 듣게 한 건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아랫배에 집중하고, 한 번 더,
뿌뿍!뿍!미션은 임파서블 하지 않습니다. 저는 성공했습니다. 그 날의 쾌감은 지금까지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였지요. 이제는 밥을 먹을 수 있다! 천국의 문은 열렸다! 싱글벙글 웃으며 화장실을 나섰습니다. 세상이 제 것이었습니다. 병원의 층층마다 복도 가운데에 간호사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잖습니까. 그곳을 지나가다가 흥분에 휩싸인 웃는 얼굴로 이를 씨익 드러내며 간호사들에게 자랑스레 말했습니다.
"저 방구 뀌었어요!"몇몇 간호사들이 크게 웃었습니다. 제가 우습든 어떻든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간호사들은 입을 모아 축하 인사를 건넸습니다. 저는 개선장군의 얼굴을 하고 병실로 돌아갔습니다. 엄마, 나 방구 뀌었어! 병실에 쩌렁쩌렁 울리게 소리쳤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상당히 부끄러운 기억이네요. 환자들도 축하해주었습니다. 기분이 붕붕 들떴습니다. 저녁에 무슨 밥이 나올까, 분명 회진에서 방귀를 뀌었다고 똑똑히 말했으니 밥이 나올텐데, 테이블을 두드리며 저녁 시간만을 기다렸습니다. 세 시를 지나, 네 시가 되고, 다섯 시가 막 지났을 무렵!
죽이 나왔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밥을 받아든 저는, 전날 저녁으로 죽이 나온 것에 대해 분노하며 열심히 음식을 씹고 또 씹었습니다. 입자가 살아있는 음식을 이빨로 잘개 쪼개고 부수는 일은 정말이지 즐거운 일입니다. 열심히 나오는 병원 밥을 먹었고, 빠른 회복을 위해 심심하면 병동을 천천히 걸어다녔습니다. 일주일은 있어야 차차 회복될 몸이 닷새만에 제 컨디션을 찾았고, 퇴원은 신속하게 이루어졌습니다. 그 이후로도 생리 주기가 약간 불규칙적이어서 호르몬제를 처방받아야 했지만, 적어도 밥을 먹을 수 있었으니 그 정도면 만족했습니다.
수술 때문에 병원에 있었던 날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피식피식 납니다. 어쩐지 부끄럽기도 하고요. 고작 밥을 못 먹어서 그렇게 안달이었다니 나도 어지간한 밥순이구나 싶습니다. 혹자는 살기 위해 먹는다지만, 저는 먹기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극심한 공복일 때, 배고픔에 허덕여 새벽녘 병원 복도를 서성이던 저를 종종 떠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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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하게 외쳤습니다... "저 방귀 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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