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몇 주 후 상황이 좋아지며 산책이 가능했었다.
송승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요?마침 다니던 회사에도 별로 정을 못 붙이던 시기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아버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가까운 병원으로 입원 절차를 밟았다. 응급실에서 절차가 진행되기를 기다리는데 쉽지만은 않았다. 의학 드라마나 다큐에서만 보던 수많은 사람의 비명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이 때 시간이 오후 4시.
오후 6시가 되고, 10시가 넘고, 11시가 되어서야 수술을 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급한 순서가 아니라 선착순으로 온 순서대로 응급실에서 절차를 밟는 것이라고 한다. 엑스레이와 심전도, MRI 등등 생전 받지 못하던 검사들을 받고 나서야 복막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흔히 맹장이 터졌다고 말하는 그것이다.
새벽 12시 15분. 드디어 응급실로 실려갔다. 수술은 다 마쳤지만 꼬였던 위장이며 염증들을 며칠 방치했던 터라 세척에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수면제 힘으로 잠이 들었지만, 그 사이 5시간의 대수술이 있었던 것이다. 삼류 드라마에서 보던 응급실에 사람 실려가던 그 장면은 진짜였다. 천장에는 형광등만 보이고 수술 침대에 그렇게 끌려갔으니 말이다.
며칠 후 인조인간처럼 온몸에 이것저것을 부착했다. 포도당이라고 불리는 수액을 하루에 세 통 이상을 맞고 항생제에 소독에. 무슨 무슨 약들을 온몸에 꽂고 있고 고름을 짜내려고 커다란 주머니 같은 녀석이 내 배 옆에 차지하고 있다. 마치 딸기주스 같은 액체들이 흘나오기 시작했다.
3일간 금식을 하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각하는 일이 있어도 죽어도 끼니를 거르지 않던 나에게 금식이라는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의사에게 자꾸 되물었다.
"선생님, 도대체 저는 언제 물을 마실 수 있나요?""아직은 곤란하고요, 생각해보고서요."물을 마시는 것도 쉽게 허락받을 수 없었다. 그놈의 '생각해보고서요'라는 말이 짜증이 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