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이 되는 경로의 유형. 이 중 두번째 경로가 교장이 되기 위한 최단 경로이다. 그래서 장학사(교육전문직)이 되는 것에 목을 메고 부정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2006년 교육개발원 '학교장의 리서십 특성 분석 및 개선 방안' 일부. 김이경)
KEDI 논문 캡처
장학사는 장학관, 교육연구사, 교육연구관 등과 함께 교육전문직에 포함된다. 장학사와 교육연구사는 직급상 6급이고, 장학관과 교육연구관은 5급으로 분류되는데 언제든지 교원인 교감, 교장으로 전직을 할 수 있다. 교육계뿐 아니라 일반 공무원 사회에서도 교사가 장학사가 되는 것을 승진으로 받아들인다. 같은 직급이라도 장학사는 교감, 심지어 교장보다도 상위급으로 인식되는 실정이다.
학창 시절을 기억한다면 누구나 '장학사 오는 날'의 의미를 알고 있을 것이다. 대청소는 물론이고 며칠 만에 화단에 꽃이 활짝 피게 할 수도 있고, 유리창은 번쩍번쩍 광이 날 정도로 닦아야 했고, 복도는 파리가 미끄러질 정도로 물걸레질을 해대던 그 추억과 함께 장학사가 기억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교사가 장학사로 전직하는 경우는 수업보다 교육 정책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일을 더 하고 싶어하는 직업적 욕구 때문도 있겠지만, 승진에 대한 욕구가 더 일반적이다. 특히 장학사 승진에 대한 가장 큰 이점은 교장이 되는 최단 코스라는 것이다. 평교사가 교감이 되고 교장이 되기에는 최소 25년이 걸리기 때문에, 대부분이 교감, 교장 한번 못해보고 교직을 마친다. 그러나 장학사가 되면 5년 이상만 근무하면 교감, 교장이 될 수 있다.
교장이 되기 위하여 수십 년을 근평(근무평정) 점수 '0.1점'에 전전긍긍하는 일반교사들이 보기에 장학사는 꿈의 보직이고 초고속 승진의 길인 것이다. 장학사라는 직위 자체가 필요한지도 의문이지만, 꼭 필요하다 하더라도 현재와 같이 초고속 승진을 위한 사다리로 쓰이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나아가 핀란드, 벨기에, 아일랜드, 뉴질랜드 등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수업하는 교장'이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도 장학사가 되려고 목을 메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교장도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 중 하나라는 관점에서 교장, 교감도 최소한의 수업을 하도록 하면, 장학사를 거쳐 교장이 되려고 문제를 유출하고 승진 순위를 조작하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장학사 승진 인사비리에 대한 처벌과 감독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장학사의 특혜를 없애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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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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