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마산역 광장에 세워진 이은상 '가고파 시비' 철거를 촉구했다. 사진은 '국제로타리3720지구'가 2월 6일 오후 마산역 광장에서 "노산 이은상 가고파 시비 제막식'을 가졌을 때 모습.
윤성효
이은상(노산, 1903~1982)이 쓴 "가고파"를 새긴 시비가 지난 6일 마산역광장에 세워졌다. 허인수 마산역장이 제안하고 국제로타리3720지구가 재정을 부담했으며, 김복근씨가 이은상 약력을 정리해 놓은 시비다.
열린사회희망연대를 비롯해 2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마산역 이은상 시비 철거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시비 위에 "한평생 독재부역, 불세출의 기회주의자. 이은상은 마산의 자랑이 아니라 수치다. 마산역 이은상 시비 즉각 철거하라"고 쓴 펼침막을 내걸어 놓았다. 또 누군가가 제막식 전에 시비 뒷면에 파란색 페인트로 훼손하기도 했다.
"시대착오적 문화의 저열성에 착잡함을 감출 수 없다"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33년만의 부마민주항쟁특별법 통과를 눈 앞에 두고 다시 불거진 '이은상 사태'를 접하여 시대착오적 문화의 저열성에 착잡함을 감출 수 없다"면서 입장을 밝혔다.
이 단체는 "정치인들도 입만 열면 소통을 이야기하는 시대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숭악하게 긴긴 세월 동안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며, 길을 두고 산으로 가며, 코흘리개도 알만한 상식을 외면할 수가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이은상에 대해, 이 단체는 "노산이 해방 후에는 친일파와 함께 3.15의거, 4.19혁명 과정에서 시민을 총칼로 학살한 이승만 정권을 옹호한 중대 국가범죄 공범"이라며 "박정희 쿠데타 이후에는 지하의 민주공화당 창당작업에 참여하고, '유신만이 살 길'이라며 다시 헌정파괴, 독재 찬양의 앞장에 섰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마항쟁과 10.26사태 이후에는 박정희 추모시를 쓰고, 더 나아가 5.18 이후에는 전두환 정권을 옹호하는 데도 나섰다"며 "독립 유공자와 대문인의 이름으로 이렇게 역대 독재와 쿠데타 정권을 한결같이 옹호한 기회주의적 인물도 드물다"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노산은 1982년 타계하기 전에 단 한 번도 이 문제에 대해 사죄하지 않았다. 그 책임은 5.16 쿠데타를 옹호하고 마침내 유신독재까지 옹호한 상당수의 3.15, 4.19 관련 인사들이 노산의 행적과 그 추모사업을 묵과하여 면죄부를 주거나 심지어 어지럽게 동조해 온 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