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 신부에게 선물로 준 책 <홀가분>(정해신·이명수 글, 해냄 출판사)
심재철
몇 해 전 정혜신, 이명수님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 준 책 <홀가분>(해냄출판사)이 바로 그것이었다. 적어도 몇 달 간이라도 떨어져 지내는 것을 상상하기도 힘든 새내기 부부에게 썩 어울리는 내용은 아닐 수도 있지만 20년 넘게 결혼 생활을 지속해 온 내 생각에 이들의 아름다운 첫 발걸음에 큰 보탬이 되는 이야기들이라 믿었다.
마흔이 넘어서 읽은 책 중에서 이 책만큼이나 내게 큰 영향을 준 것은 없었다. 그래서 읽고 또 읽은 뒤 학교 도서관에 기증했고 주위를 돌아보며 소중한 분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대전에 사는 제수씨는 내가 보낸 이 책을 읽으며 어느 때보다 많은 눈물을 흘렸다며 고마워했다.
오늘 주례사 속에 이 책을 담아 이야기하며 그 반대 지점에 있는 '얽매임'에 대한 사례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주말 연속극 <내 딸 서영이>를 끌어들이기도 했다. 이 이야기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신부는 오늘도 눈물을 조금 흘렸다. 아무리 주례 입장이라지만 결혼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해 더 솔직하게 말하고 싶어서 이미 갈라섰거나 곧 갈라질 것 같은 부부 이야기가 유독 몰려 나오고 있는 주말 연속극 이야기를 끄집어낸 것이다.
어수선한 예식장 분위기 속에 내 생각이 얼마나 전달되었는지는 모른다. 워낙 짧은 시간에 몰아서 내 생각을 전달하다 보니 그야말로 체계가 잡히지 않아 부끄러운 '주례사'였다. 하지만 이 소중한 책 한 권이 내 뜻을 어느 정도 전해줄 것이라 믿는다.
결코 쉽지 않은 고민 끝에 나의 앞에 우뚝 선 아름다운 신랑과 신부에게 부드럽고 듣기 좋은 소리를 더 많이 해 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이 삶을 훨씬 먼저 경험하면서 느꼈던 모자람, 부끄러움, 깨달음 등을 조금이나마 솔직하게 말해주고 싶었다.
사회 제도로서의 '결혼'이라는 것을 솔직히 바라보면 분명히 이 책 제목 '홀가분'의 반의어라 할 수 있는 '얽매임'이 먼저 떠오른다. 그 상징적인 결혼식 자리에서 그것도 주례를 맡은 사람이 이 책을 꺼내들었다는 것이 불편한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이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애초부터 솔직하게 나오지 못하면 그로 인해 쌓이는 불편함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나중에 감당하기 힘든 무게로 나를 짓누른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결혼식이 끝난 뒤 건너편 뷔페 식탁에 마주 앉은 공선이가 이 책을 먼저 읽어야 할 사람은 바로 자신인 것 같다고 했다. 아무래도 이참에 여러 권을 한꺼번에 주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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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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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결혼식 주례, "그래 바로 이 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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