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잘 익은 쑥입니다. 인절미 만들때 함께 넣었습니다
황주찬
어느새 마당에서 공놀이하던 개구쟁이들이 부엌으로 몰려 왔습니다. 공놀이에 지친 아이들은 신 나는 일 찾아 집안 이곳저곳을 쑤시고 다니더니 소란스런 부엌으로 들어왔습니다. 녀석들은 아궁이에 불 지피는 모습을 보고 이내 눈을 빛냅니다. 결국, 비좁은 아궁이는 세 아들이 차지가 됐습니다.
아궁이를 차지한 후, 큰애가 의젓하게 제게 말을 건넵니다. 밥 짓는 일을 돕겠답니다. 하지만 큰애 말이 핑계라는 걸 잘 압니다. 세 아들 모두 불장난 하고픈 마음이 가득 찬 얼굴입니다. 속마음을 읽었지만 일부러 쫓아내지 않았습니다. 시골집 아궁이에 불 지펴 보는 일, 흔치 않은 경험입니다.
장모님도 모른 체 밖으로 나갑니다. 그 모습을 지켜 본 세 녀석은 더 의기양양해집니다. 종잇조각을 아궁이에 마구 던져 넣습니다. 서로 불 잘 지피는 방법을 놓고 티격태격 다툼도 벌입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불을 피웁니다. 한 시간 정도 흘렀을까요? 애들 장난 덕분에 밥이 잘 익었습니다.
한참 애들 불장난을 지켜보고 있는데 장모님이 급히 부엌으로 들어옵니다. 장모님은 떡시루 위 뚜껑을 열고 쑥 덩어리를 몇 개 던져 넣습니다. 쑥떡을 만들 모양입니다. 하기야 그냥 인절미 만들면 재미없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부엌에 앉아 있었습니다.
왠지 모를 포근함이 밀려옵니다. 어릴 적 부엌에서 일하시던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새벽이면 하얀 연기가 가득 찬 부엌에서 밥 짓던 모습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하염없이 시루를 빠져나오는 흰 연기를 바라보고 있는데 장모님이 뜨거운 밥을 절구통으로 옮깁니다.
밥이 뜨거울 때 절구에 넣고 찧어야 쫀득한 떡이 된답니다. 재빨리 일손을 도왔습니다. 절구통에 쑥과 밥이 한가득 채워졌습니다. 이제 제 차례입니다. 힘 한번 제대로 써 봐야지요. 일단, 절구통보다 조금 높은 곳에 편하게 앉아 양발로 절구통을 꽉 붙잡았습니다.
쉼 없는 절구질, 장모님 눈치만 살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