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만의 2월 추위라지만, 봄이 오고 있어요"

감나무 새순을 보며 '봄이 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등록 2013.02.11 15:25수정 2013.02.1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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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만에 가장 춥다는 2월입니다. 하지만 남녘은 벌써 봄이 옵니다.
80년만에 가장 춥다는 2월입니다. 하지만 남녘은 벌써 봄이 옵니다. 김동수

80년 만에 가장 춥다는 설날 추위가 맹위를 떨쳤습니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내려갔다니 정말 춥기는 추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남녘은 봄 이는 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나뭇가지는 새순이 눈을 빼꼼내밀면서 말하고 있습니다.


"80년 만에 추위라고요? 아니죠. 이미 봄은 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춥기는 춥다."
"이 정도 추위도 견디지 못하면 어떻게 봄을 기다릴 수 있어요."
"너도 참 대단하다. 벌써 새 눈을 내밀면 어떻게 하니?"
"괜찮아요. 그 추운 겨울을 견뎠습니다. 이깐 추위는 제겐 아무것도 아니에요."


 겨울에게 미안하지만 봄에게 자리를 내줘야 합니다.
겨울에게 미안하지만 봄에게 자리를 내줘야 합니다. 김동수

감나무 가지에도 새순이 돋았습니다. 과일 중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감입니다. 감나무를 볼 때마다 빨갛게 익은 홍시를 떠올립니다. 감나무 가지치기는 생각보다 힘이 듭니다.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보면서 가지치기를 하루만 해도 뒷목은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감나무 새순은 생각보다 작은데 이 작은 녀석이 어떻게 큼직한 홍시를 맺는지 자연의 신비로움을 이룰 말할 수 없습니다.

 북풍한설을 이겨낸 어리디 어린가지에 새눈이 났습니다
북풍한설을 이겨낸 어리디 어린가지에 새눈이 났습니다김동수

 80년만의 2월 추위. 하지만 어린 새싹에 북풍한설도 이길 수 없습니다
80년만의 2월 추위. 하지만 어린 새싹에 북풍한설도 이길 수 없습니다김동수

북풍한설을 이겨낸 것은 새순만 아닙니다. 나무줄기와 가지 껍질도 마찬가지입니다. 겨우내내 온갖 벌레들이 껍질 안에서 살았습니다. 이 때쯤 되면 껍질 벗겨줍니다. 껍질을 벗겨주면 벌레도 잡고, 햇볕을 쬐면 더 튼튼한 나무로 자리기 때문입니다. 햇볕이 주는 영향을 한없이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나무껍질을 벗겨냈습니다. 봄 맞을 준비가 다 됐다는 말입니다
나무껍질을 벗겨냈습니다. 봄 맞을 준비가 다 됐다는 말입니다김동수

"아! 따뜻해."
"뭐! 따뜻하다고? 이 추위에."
"그럼요. 날씨는 춥지만 껍질을 벗겨 내니 햇볕을 많이 쬘 수 있잖아요."
"겨우 내내 껍질 때문에 숨도 잘 쉬지 못했을 것인데."
"추위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이렇게 껍질을 벗겨 내니 숨도 질 쉬고 햇볕도 쬐고. 우리가 껍질을 벗으면 봄이 왔음을 알 수 있어요."


 나무껍질을 벗겨내는 이유는 봄 맞을 준비가 끝났다는 말입니다
나무껍질을 벗겨내는 이유는 봄 맞을 준비가 끝났다는 말입니다김동수

큰 눈망울을 가진 새순도 있었습니다. 나무마다 새순 생김새가 다릅니다. 아이들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말입니다. 새순 생김새가 다른 것만으로도 자연이 얼마나 위대한 창조물인지 알 수 있습니다. 큰 눈망을 가진 새순은 작은 눈망울을 가진 새순을 보면서 자랑하거나 뽐내지 않습니다.


"안녕!"
"안녕!"
"너는 누구니?"
"나는 감나무야. 너는 누구니?"

"나는 목련이야?"
"나는 배나무"
"나는 사과나무."
"나는 000나무"

다들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생김새와 크기가 달라도, 교만하지 않고, 뽐내지 않는. 생김새대로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이들을 보면서 부끄럽습니다. 생김새로 자랑하고, 판단하고, 편을 가르는 사람과 다른 이들 자연 만물 앞에 사람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며칠 있으면 이 녀석은 "봄이 왔어요"를 외칠 것입니다
며칠 있으면 이 녀석은 "봄이 왔어요"를 외칠 것입니다김동수

 어린새눈이 옹기종기 모였습니다.
어린새눈이 옹기종기 모였습니다.김동수

"나도 있어요!"
"뭐라고?"
"나도 있어요. 왜 저는 보이지 않으세요? 하늘만 바라보지 말고, 땅도 보면 좋겠어요."

"그래 미안하구나. 너는 누구니?"
"저는 쪽파예요."
"쪽파?"
"쪽파예요. 제 옆에는 마늘도 있어요."

"쪽파와 마늘은 아주 비슷하지. 둘 다 내가 좋아한다."
"저를 보세요. 얼마나 파릇파릇해요."

 쪽파입니다.
쪽파입니다. 김동수

 겨울에 강한 마늘. 긴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파릇파릇한 봄내음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겨울에 강한 마늘. 긴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파릇파릇한 봄내음을 선물하고 있습니다김동수

80년 만의 2월 추위? 아닙니다. 봄이 오는 소리가 남녘에서 들립니다. 북풍한설도 작은 새순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집니다. 눈길 조심하시고, 피곤하면 잠시 쉬어가면 됩니다. 봄이 손을 내밀면 잡힌 만큼 가까이 왔습니다.
#봄 #겨울 #새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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