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동에 펼쳐놓은 생선. 차례상의 품격을 높여주는 수산물 가운데 하나다.
이돈삼
앳된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 처음 장터에 나왔다는 김미선씨다. 몸이 편찮은 어머니를 대신해 나왔단다. 그 마음이 오지다. "싱싱한 생선 사세요." 목소리가 모기만 하다. 1미터도 못 가서 인파의 웅성거림에 묻히고 만다.
바로 옆 함지박에선 숭어가 펄떡인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게 싱싱해 보인다. 쟁반 위의 우럭도 두 눈을 껌뻑거리다. 그 모습에 엄마의 등에 업혀있던 아기가 자지러진다.
푸성귀를 파는 종합동으로 향했다. 갓 따온 신선한 채소와 쌀, 녹두, 동부, 팥 등 곡물이 어우러져 있다. 냉이와 보리도 벌써 나왔다. 농산물이 걸다. 장터 구석에 연세 지긋한 할머니가 물건을 펼쳐놓고 있다. 부드럽고 알싸한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향이 죽이제. 쑥이요. 지난 봄에 뜯어서 솥에 디쳐 갖고 동구로 찧어 말린 것이여. 설이라 갖고 온 것이여." 박말자 할머니의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