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정관에서 환경노동위(심상정, 은수미, 장하나, 홍영표 의원) 주최로 열린 '긴급토론회 - 삼성전자, 구미 화학물질 누출사고 문제점과 지역주민의 알권리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의 방향'에서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권우성
1987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24톤이라는 막대한 양의 불산가스가 누출됐다. 하지만 사고 발생 8분 만에 가스 누출이 차단됐고, 주민들은 20분 만에 대피했다. 1000여명이 병원 치료를 받거나 입원했지만, 신속한 대응이 이뤄진 덕택에 사망자는 없었다.
약 30년 후, 비슷한 사고가 한국에서 일어났다. 2012년 9월 경북 구미에서 불산가스가 누출됐다. 그 양은 8~12톤으로 텍사스주 사고보다 적었으나 피해는 더 많았다. 5명이 숨졌고, 1만 3000명이 불안에 떨며 건강검진을 받았다. 사고 발생 후 8시간 동안이나 불산가스가 계속 누출됐고, 주민 공식대피령은 2시간 10분 후에야 내려졌다. 심지어 정부는 하루 만에 '상황 종료'를 선언하며 주민들을 귀가시켰다.
내용은 비슷하지만, 두 사고의 대응 과정이 이토록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게다가 한국에선 최근 상주, 청주 그리고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도 연달아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6일 그 원인을 '허술한 관리·대응체계'와 '형식적인 지역주민의 알 권리 보장'에서 찾았다. 그는 이날 민주통합당 은수미·장하나·홍영표 의원과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공동 주최로 국회 의정관에서 열린 '삼성전자·구미 화학물질 누출사고의 문제점과 지역주민의 알 권리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의 방향' 토론회의 발제를 맡았다.
현재 화학물질을 관리·감독하는 업무는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지식경제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8개 부처가 담당하고 있다. 똑같은 화학물질이어도 기체냐 액체냐 또는 작업 도중 사고가 발생했느냐 등에 따라 담당부처가 다르다. 또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유해·위험물질'이 아니어도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는 '유해화학물질'로 규정된 것도 있다. 불산이 그렇다.
화학물질 관리·감독은 법과 제도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을 뿐 아니라 담당 부처의 전문성 마저 부족하다.
이 소장은 "구미 사고 때 환경부는 불화수소가 공기에 노출되면 빠르게 다른 물질과 반응한다는 화학적 특성을 무시, 계속 대기 중 불화수소 농도 측정에만 집착했다"고 지적했다. 상주 염산 누출사고 때, 공장에서 겨우 200m 떨어진 소방서가 사고 내용을 몰랐고, 청주에서도 그동안 여러 사례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있었지만 행정당국이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도 꼬집었다. 관리부터 사고 초기 대응, 원인 조사, 대책마련에 이르는 과정 전반이 문제투성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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