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수강신청 중인 학생(자료사진)
김은희
드디어 디데이. 수강신청 30분 전이다. 미리 컴퓨터를 켜 놓는다. 인터넷 창을 띄워 놓고 속도가 괜찮은지 확인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컴퓨터가 말을 듣지 않는다면 얼른 근처 피시방으로 달려 나가야하기 때문이다.
"너네 학교엔 장바구니도 없어? 대기번호 제도도?"허겁지겁 시간에 쫓기듯 수강신청을 준비하고 있으니 전주에서 학교를 다니는 친구가 물었다. 타 학교에는 '장바구니'와 대기번호 제도가 있다고 한다. 작년에 건국대는 장바구니 제도를 도입했고, 올해는 경희대가 대기번호 제도를 만들었다. 중앙대는 2009년부터 일찌감치 장바구니제도를 도입했다. 장바구니와 대기번호제라는 용어를 처음 들어본 나에게 친구는 이렇게 설명을 덧붙였다.
"장바구니는 예비수강신청인 셈인데, 수강신청 홈페이지에서 미리 듣고 싶은 과목들을 장바구니에 담아놓는 거야. 만약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과목의 수강제한인원이 다 차지 않으면 자동으로 수강신청이 완료되는 거지. 근데 학교마다 운영방식은 조금씩 다르더라." 친구는 대기번호제가 수강인원이 이미 다 찬 과목을 듣고 싶은 학생들에게 대기번호를 주는 제도라고 덧붙여서 설명했다. 수강신청 취소자가 생기면 대기번호를 부여받은 학생들이 순서대로 수강신청 기회를 받는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엔 이런 '첨단' 시스템도 없고, 서버가 다운된 적도 여러 번이지만 지금은 부러워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난 수강신청 때 편하게 매크로 프로그램 돌리는데?"
서울 시내 한 사립대에 다니는 친구는 '수강신청을 자동으로 할 수 있게 해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소개해줬다.
"반복해서 클릭을 해야 하는 수강신청 때, 미리 입력 내용과 클릭 위치를 지정해 놓으면 이를 자동으로 빠르게 실행해주는 프로그램이야. 쉽게 말해 '광클'(빛의 속도로 빠르게 클릭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컴퓨터가) 대신 해주는 거지."단, 일부 대학은 서버 과부하의 우려 때문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차단해 놓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금은 매크로 프로그램도, 장바구니제도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이미 손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수강신청 할 과목 이름과 학과목 번호 등 정보를 메모장 프로그램에 순서대로 옮겨 적어 넣는다. 수강신청 서버가 열리면 긴장된 나머지, 손이 떨려 자꾸 오타가 나서 검색을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수강신청할 때마다 이용하는 방법이다.
메모장에서 바로 과목 이름을 단축키 'ctrl+C'와 'ctrl+V'로 복사 붙여넣기하면 빠르다. 대학 4년 내내 수강신청을 했지만 매번 수강신청 서버가 열리기 1분 전에는 손에 땀이 난다.
오전 9시 30분. 마침내, 수강신청 서버가 열렸다. 미리 띄워놓은 다섯 개의 창 중 3개는 인터넷에 연결할 수 없다는 문구가 떴고, 2개는 정상적으로 수강신청 페이지가 열렸다. 우선순위 과목이름을 수강과목 검색창에 빠르게 복사해서 붙여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