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로 버스커 떠난 멤버들. 왼쪽부터 상훈(저), 진실, 동호, 하영, 행문.
고상훈
- 아 그리고 보니, 동아리 구성원에 대한 소개가 별로 없었다. 단원들이 좀 서운해 할 수도 있겠는데, 이 참에 한 번 대놓고 소개해달라.
"단원들을 일일이 소개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기사에서는 생략했었는데, 그러고 보니 좀 서운해 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우리 버스커는 모두 다섯 명이에요. 제일 먼저 소개하고 싶은 친구는 동호에요. 호주에서 가장 고생한 친구거든요. 돈 관리를 혼자 도맡아서 했는데, 매일 밤 지출 내역을 정리하고 영수증을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잖아요. 또, 이 친구가 웃긴 게 셈을 잘 못해서 자꾸 계산을 틀려요. 그렇지 않아도 일이 많은데 계속 일을 만들죠. 호주에서 돌아온 아직까지도 최종 정산을 하느라 고생하고 있어요.
두 번째는, 행문이에요. 행문이는 북을 진짜 잘 다루는 친구에요. 지금은 동아리를 졸업했지만(우리 동아리는 3년 임기) 아직도 동아리에서 북에 관해서는 전설이죠. 또, 한 번 북을 쳤다 하면 땀에 절어서 정말 안쓰러워 보여요. 불쌍해 보이는 것으로도 전설이에요. 다음은, 하영이와 진실이에요. 장구 하나는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치는 친구들이에요. 덕분에 호주에서 공연을 기획하는데 공연의 질이 확 살았죠. 저희 남자 셋은 장구에 좋은 재능이 없거든요. 10월까지 고민 고민하다 마지막에 같이 호주에 가기로 한 친구들이었는데 같이 안 갔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남자 셋이 칙칙하게 공연을 해야 했으니 말이에요. 정말 고마운 친구들이에요."
기사 링크 공유했더니 "좋아요" 눌러 주는 친구들 - 연주하는 사람이 기사를? 언 듯 잘 안 어울리는 조합으로도 보인다. <오마이뉴스>에 기사는 어떻게 쓰게 된 건지? "그건 전적으로 '삼촌'이라는 분 덕분이에요. 여기서 '삼촌'은 우리 과 동기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양학용 학생이에요. 삼촌이 <오마이뉴스>에 여행기를 많이 쓰세요. 얼마 전에 연재가 끝난 '라오스 여행학교'도 삼촌 여행기에요(참, 라오스 여행학교에 저도 참여했었어요). 이 '찜! e시민기자'에도 뽑히기도 했더라고요(관련기사:
"10대와 배낭여행하기? 당연히 힘들었죠"). 그런 삼촌을 보면서 제가 영향을 많이 받았죠. 글 쓰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저에게 글 쓰는 재미를 알려주신 분이에요. 더불어 여행하는 재미도 알려주신 분이구요. 아무튼 그래서 <오마이뉴스>에 여행기를 쓰게 된 거예요. 삼촌이 <오마이뉴스>에 여행기를 올리니 저도 <오마이뉴스>에 여행기를 올리고 삼촌이 여기에 뽑히니 저도 뽑히고. 참 신기해요."
- 연주 실력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으니 평가가 어렵지만, 기사는 잘 쓰더라. 기본적으로 문장이 안정적이던데. 뭐 따로 속성과외라도 받은 것인지?"좋게 읽어 주신다니 기분이 좋네요. 개인적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많이 부족하죠. 그래도 계속 글을 써가면서 많이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처음 쓴 '네팔 여행기'를 지금 보면 굉장히 부끄러워요. 물론 따로 과외를 받으면 좋겠지만(?) 주로 <오마이뉴스>에서 좋은 기사들을 읽거나 책을 읽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작가인 양학용 삼촌이 옆에 계신 것도 저에게는 행운이죠."
- 기사에서 여행 에피소드도 많이 나오고, 앞으로 한두 편을 더 쓴다고는 들었지만, 인터뷰니까 버스킹을 마친 소감을 미리 묻겠다. "버스킹 소감이라,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가끔 제가 뭔가를 하고 나면 글로 옮기고 싶은데 그렇게 못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버스킹 소감을 물으니 또 그러네요. 버스킹을 마치고 난 후의 감정을 글로 옮기자니 뭘 먼저 말해야 하는지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부터 고민이에요. 아마 버스킹을 해 본 사람들은 제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뭐랄까, 묘해요."
- 기사 나가고 난 후의 반응들이 있었나?"기사를 쓰고 제 개인 페이스북에 링크를 공유했더니 주변 친구들이 '좋아요'를 눌러주더라고요. 친구들이 내 기사를 보고 '재밌어하는구나' 하고 기분이 참 좋았어요. 그런데 웬걸. 주변 친구들을 만나서 제 기사에 대해 물으니 죄다 반응이 이래요. '야, 네가 쓴 기사였어?' 제 나이 또래에 이렇게 기사를 쓰는 친구가 많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친구들은 그냥 우리 이야기를 실은 '다른 사람 기사'를 공유한 것인 줄 알았나 봐요. 아직도 내가 쓴 걸 모르는 친구들이나 못 믿는 친구들이 있을 것 같은데 이 기사를 통해서라도 알아주면 좋겠네요…."
- 동아리에 그렇게 열정적인 당신의 꿈은 궁극적으로 뭔가, 물어달라는 편집기자가 있었다. "궁극적인 꿈은 '눈이 넓은' 선생님이에요. 눈이 넓다는 건 아이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경험이 많다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동아리 공연에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가며 연습하는 것도 호주에서 무모하게 버스킹에 도전하는 것도 눈이 넓어지기 위한 경험 중 하나에요. 결국엔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것이 우리들의 꿈이라고 하면 되겠네요."
- 혹시 이 버스킹 기사만 쓰고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지 않을 건가? '찜'당해 놓고 잠적하는 시민기자 볼 때 편집기자는 좌절한다. "아마, 다시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게 된다면 다시 '여행'이 주제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아직 여기저기 여행하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것도 많거든요. 또, 기회가 된다면 요즘 읽고 있는 '서부원의 학생부장 일기'처럼, 선생님이 되어 초등학교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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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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