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역
김종길
너른 중도 벌판의 갈대밭을 지난 진한 갯내음이 벌교역까지 불어왔다. 광장 한편에 벌교역장이 세운 비석에는 '벌교'라는 이름이 '뗏목을 엮어 만든 다리'에서 유래되었다고 적혀 있다. 역 앞 광장을 나오자마자 여자만의 보물이라 일컫는 꼬막이 길가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다.
4일과 9일에 열리는 벌교오일장(
벌교의 명물 참꼬막 납시오?)을 구경하고 '소설태백산맥문학거리'로 향했다. 굳이 태백산맥이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한때 번성했던 이 소읍에선 옛 영화의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추어 버린 듯한 거리에 서면 일제강점기나 해방 직후의 부산했던 벌교 읍내거리를 자연 떠올리게 된다. 벌교역에서 소설 <태백산맥>의 김범우의 집까지 걷기로 했다. 그냥 쉬엄쉬엄 걷는 데에만 30여 분은 족히 걸리니 구경이라도 제대로 할 요량이면 발걸음을 재게 놀려야 한다. 그럼에도 걸음은 옛 시간의 흐름에 맞추느라 자연스럽게 느려졌다.
벌교역에서 출발하여 차부 터(현 벌교우체국), 솥공장 터(현 대창기계), 보성여관(남도여관), 삼화목공소, 벌교초등학교, 벌교금융조합(현 농민상담소), 청년단 건물 터, 채동선 기념관, 채동선 생가, 자애병원(현 벌교어린이집), 송광사벌교포교당, 벌교 홍교를 건너 김범우의 집까지 갔다. 다시 소화다리와 중도방죽을 지나 태백산맥문학관과 현부잣집, 소화의 집을 보면 얼추 문학기행은 끝이 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