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차와 장아찌매실차는 막내가 몽땅 마십니다. 매실장아찌는 큰애와 둘째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먹습니다.
황주찬
토막 낸 나무도 옮겨야 하고 매실나무도 심어야 하는데 말이죠.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는데 지난 금요일 많은 비가 내렸기 때문입니다. 땅파기엔 더없이 좋은 날이 된 거죠. 눈치 빠른 처남이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있겠어요. 재빨리 계획을 바꿨겠죠. 매실나무를 심기로 말입니다.
때문에 아침 댓바람부터 제게 전화를 넣은 겁니다. 덕분에 저는 고요한 아침을 멀리 떠나보내고 광양으로 달려갔습니다. 처가에 도착하니 날씨는 봄인 듯 포근하더군요. 궁금한 점은 처남이 농사일 함께할 사람으로 왜 저를 택한 걸까요? 곰곰이 생각했더니 이유가 단박에 튀어나왔습니다.
세 아들 때문입니다. 녀석들 먹성이 장난 아니거든요.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양이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특히, 처가에서 가져온 매실차와 장아찌는 오래 두고 먹어 보질 못했습니다. 매실차는 막내 몫인데 아침과 저녁으로 한약 챙겨 먹듯 꼬박꼬박 마셔버렸거든요.
또, 큰애는 매실장아찌를 김치 먹듯 없앴습니다. 이런 사정이니 처남이 부르면 마땅히 일손을 거들어야지요. 그나저나 왜 스마트 폰이 발작을 일으키던 날은 모든 생각을 잊고 진동모드로 바꿔놓았을까요? 돌이켜 생각하니, 저는 그날 감히 게으름 섞인 느긋한 휴일 기대했나 봅니다.
땅 한번 파보고 농사일 거뜬히 하겠다? 큰 오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