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수 있었는데...너무 억울하다"

'오진'으로 제때 치료 못한 환자 5일 사망

등록 2013.02.05 17:30수정 2013.02.0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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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관리협회가 정기건강검진에서 위암 의심 정황이 나왔는데도 '정상'으로 판정해 숨진 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ㅇ'(59, 대전 서구 둔산동)씨는 위암 말기진단을 받고 투병해오다 5일 오전 11시 30분경 사망했다. 하지만 'ㅇ'씨는 위암말기 판정을 받기 불과 6개월 전 정기검진에서는 정상 판정을 받았다.

'ㅇ'씨는 지난 2011년 7월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원 대전지부(이하 건강관리협회)를 찾아 건강검진을 의뢰했다. 건강관리협회 측은 위장조영검사 결과 '정상'으로 판정했다.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진단한 것이다.

'정상' 받고 6개월 후 '위암 말기' 판정?

그로부터 약 6개월 후인 지난해 1월 초경 'ㅇ'씨는 가끔씩 위장에 불편한 증상을 느껴 동네 의원에서 위내시경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이상 소견'과 함께 '큰 병원으로 가 보라'고 조언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는 위암 말기 판정을 내렸다.

대학병원 담당의사는 건강관리협회에서 촬영한 위조영 검사필름과 결과지를 보며 "3개월 만 빨리 왔어도 이렇게까지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왜 (위암 의심 증상이 있는데도) 몰랐을까"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ㅇ'씨의 부인인 'ㄱ'씨는 건강관리협회를 찾아 항의했다. 유가족들이 제시한 녹취록 등에 따르면 건강관리협회 측 의료진은 'ㄱ'씨 등 가족들에게 "(검사 필름을) 잘못 봤다 실수했다"고 오진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검사결과지에 기재된 판독의사는 'ㅇ'씨의 가족들에게 '이름만 올렸을 뿐 판독의사는 따로 있다 누구인지 말할 수 없고 법원에서 요구가 있을 경우 밝히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판독의사는 현재 다른 병원에서 근무 중이다.

"'3개월만 빨리 왔어도...' 의사 얘기 잊히지가 않아"


'ㅇ'씨는 위 절제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해왔으나 이날 끝내 숨졌다. 부인 'ㄱ'씨는 오열하며 거듭 억울함을 호소했다. 'ㄱ'씨는 "'3개월만 빨리 왔어도 살 수 있었다'는 의사의 말이 잊히지가 않는다"며 "의사가 오진만 하지 않았어도 살 수 있었던 생명을 살리지 못했다"고 흐느꼈다. 이어 "억울하고 억울하다"며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남편을 어찌해야 하느냐"고 덧붙였다.

유가족들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신상훈 변호사(법무법인 명경)는 "건강관리협회 측이 건강검진검사 및 위장조영검사 판독 과정에서 조금만 주의하였더라면 위장질환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음에도 잘못 판독한 과실이 있다"며 "이 때문에 위암을 조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 고소 예정

이에 따라 유가족들은 건강관리협회 측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ㄱ'씨는 "사람이 죽었는데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이냐"며 "어떻게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검사결과 판독을 대충대충 엉터리로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건강관리협회는 보건복지부장관이 국민보건의료시책상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질환의 조기발견 및 예방을 위한 검진과 치료, 조사연구 및 보건교육 등의 업무를 위해 설립됐다.
#오진 #건강관리협회 #위암 #사망 #업무상 과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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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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