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TV> 쌍용차 철탑농성 24시간 생중계4일 오후 철탑농성장에서 진행된 <오마이TV> 24시간 생중계에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출연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권우성
방송이 시작된 오후 2시, <오마이뉴스> 사회팀의 황방열 팀장과 최지용 기자가 오프닝 마이크를 잡았다. 짤막한 '소금꽃 올레' 소개와 함께 밤새 내린 눈으로 추운 밤을 보냈을 철탑 위 노동자들의 안부를 물었다. 전화 연결로 이어진 철탑 위 노동자들과의 인터뷰는 거센 바람에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농성장은 송전탑의 중간보다 약간 위쪽인 약 30미터 높이에 설치돼 있었다. 철 구조물 사이에 얇은 송판을 몇 장 깔고 그 위에 천막을 쳤다. 밤사이 눈이 계속 쌓였으면 자칫 위험할 수도 있어 보였다. 처음 전화를 받은 문기주 지회장은 "전날 밤 11시부터 눈을 치우기 시작해 2시간마다 한 번씩 눈을 쓸었다"고 말했다.
쌍용차 사측과 기업노조 측이 지난달 10일 발표한 무급휴직자 455명 복귀 결정에 대해 문 지회장은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그는 "455명을 복직시킴으로써 국정조사를 향한 여론을 무마시키려는 의도와 복직시킨다는 미명하에 그동안에 밀렸던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하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쌍용차 측은 무급휴직자들의 복귀 조건으로 그들이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협약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무급휴직자는 노사합의에 따라 지난 2009년 파업 종료 후 1년 뒤에 복귀했어야 한다. 사측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무급자들은 합의 기간을 넘어선 부분에 대한 임금청구에 나섰고, 오늘 15일 그 최종 판결이 예정돼 있었다.
복기성 부지회장은 "쌍용자동차는 2006년 불법파견이 적발된 사업장"이라며 "여태까지 단 한 명도 정규직화를 하기는커녕 현장에 남아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까지 고정적으로 정리해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정조사를 관철시키지 못한 민주통합당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오마이TV> 초대손님 가운데 가장 먼저 농성장을 찾은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한 통화에서 한상균 전 지부장은 "야당에서 '6인 여야협의체'를 놓고 '쌍용차문제 해결을 위한 변화구'라고 말하지만 사실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라며 "돌직구를 던져야 변화구가 먹히는 것이지 변화구만 던지는 건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은 최근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정조사 대신 5월까지 쌍용자동차에 대한 여야협의체를 만드는 것에 합의했다. 대선 이후 태도가 돌변해 계속 국정조사를 반대하는 여당의 무책임함이 지적되지만, 야당 또한 무기력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동영 고문은 이에 "돌직구를 던질 수 있어야 변화구도 효능이 있다는 말씀에 동의한다"며 "실날같은 가능성이라도 열어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정 고문은 지난 2008년에 2900여 명을 정리해고 한 스웨덴 자동차 회사 '볼보'의 예를 들며 "정부가 직장 내에 직업 안내소를 설치할 정도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적극 나섰다, 지역과 시민 사회, 회사를 포함해 범정부적 차원에서 구조조정 당한 사람을 위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도움은 진실을 알리는 일"오후 4시. <오마이TV>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을 돕고 있는 심리치유센터 '와락'을 찾았다.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죽음이 계속되자 이를 막기 위해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와 시민들이 만든 곳이다. '와락'은 현재 쌍용자동차 가족들이 마음 편히 머물 수 있는 유일한 자리다.
카메라가 안으로 들어가자 아이들은 수줍은지 키득거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멀찍이 도망갔다. 대부분 학교가 개학을 한 상황이라 아이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촬영 내내 웃음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와락을 찾는 발걸음도 늘어났다.
쌍용차지부 고동민 조합원의 아내인 이정아씨는 와락에서 느꼈던 기적을 말했다. 11살, 9살 두 아이의 엄마인 이정아씨는 '와락'의 주춧돌을 놓은 정혜신 박사가 거의 맨 처음 만난 상담자였다.
"여기 오고 나서는 하루하루가 감동이고 행복이었죠. 남편이 그렇게 되고 아이들이 많이 변했어요. 큰 애는 별거 아닌 일에 울기도 하고, 작은 애는 어른들한테 공격적으로 변하고…많이 힘들었죠. 근데 아이들이 놀이 치료받으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커가는 거 보면서 '이젠 충분해' 이런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여기 오지 못하는, 손잡지 못한 가족들이 여전히 힘들고, 2009년의 상황에서 한 걸음도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너무 힘들더라고요."권지영 와락 대표는 "후원계좌로 입금을 해주는 것보다, 이곳에 와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일을 도와주는 자원봉사보다 우리에게 더 큰 힘이 되는 것은 진실을 널리 알려주는 일"이라며 "진실을 알리려면 더 자세히 알아야 하고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건 우리뿐만 아니라 어렵게 싸우고 있는 모든 노동자들의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와락에서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공장의 쌍용차 직원들이 퇴근길에 오를 시간이 됐다. 농성장의 조합원들은 그들이 가정으로 돌아가는 도로 앞에 서서 손을 흔든다. 힘든 투쟁을 하고 있지만, 이들의 외침은 오히려 따뜻했다. 마이크를 쥐고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를 보낸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아이와 아내가 있는 저녁으로 돌아가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가정으로 돌아가시면서 힘든 투쟁하는 동료들에게 손 한번 흔들어 주시고, 따뜻한 눈길 보내주시면 진심으로 고맙겠습니다.""지금 노동자들은 백척간두에 밀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