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나온 새꼬막. 골이 촘촘하고 엉덩이가 좁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조종안
벌교 앞마다 꼬막은 얼음이 꽁꽁 어는 겨울이 제철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모래나 황토가 거의 섞이지 않아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기도 했으며, 8 진미(眞味) 가운데 1품으로 진상되었던 겨울 꼬막은 쫄깃쫄깃하고 달짝지근한 감칠맛이 그만이었다. 속도 배춧속처럼 꽉 차고 통통해서 보기에도 흐무러졌다.
꼬막에도 종류가 있었다. 그중 벌교에서 나는 꼬막은 참꼬막. 참꼬막은 껍질이 거무튀튀하고 거칠거칠하지만, 새꼬막은 연한 색깔을 띠었다. 맛도 참꼬막은 찰떡처럼 쫄깃쫄깃 찰방지고, 새꼬막은 느낌이 부드러웠다. 값도 참꼬막이 두 배 이상 비싸단다. 새꼬막이 싼 이유는 맛도 맛이지만, 양식장에서 다량으로 생산되기 때문이란다.
피조개와 함께 어패류(돌조개과)에 속하면서도 남해안 생선을 대표하는 꼬막. 벌교에서는 제사상에 오르는 참꼬막은 '제사 꼬막'이라고 해서 대우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새꼬막은 개꼬막, 똥꼬막 등으로 불리며 쳐주지 않았다. '제사 때 서해안 주민은 조기, 동해안 주민은 문어, 남해안 주민은 꼬막을 꼭 챙긴다'는 말이 생겨난 것도 우연은 아닌 듯.
꼬막은 서남해안 청정지역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벌교 꼬막이 유명한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생태계가 가장 잘 보존된 순천만(여자만)에 그 비밀이 담겨 있다. 숱한 생명의 보금자리 여자만 개펄에서 입을 앙다물고 3년~5년을 벼르고 벼르면서 자라기 때문에 살이 토실토실하고 맛이 좋은 것은 물론 영양가도 풍부하다고.
꼬막에 맛깔스러운 남도 사투리를 곁들여 먹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식당에서 나왔다. 겨울의 짧은 해는 남도여관 지붕 용마루에 걸쳐있고, 파스텔 물감처럼 파랗던 하늘은 서서히 노을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50분. 조정래 고택, 김범우의집, 횡갯다리(홍교), 소화다리 등은 다음 기회에 돌아보기로 하고 낙안(樂安) 읍성으로 방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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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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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맛이여, 벌교 꼬막이 이름값 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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