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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미국 경제전망이 이처럼 암울한 가운데 미국의 경제 패권 균열은 속도를 더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의 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다. 이는 세계 각국의 미국 채권 보유 현황을 통해 드러난다. 미국 재무부 통계에 따르면, 2000년대 미국 채권을 가장 많이 사들이며 미국 정부의 재정을 유지해준 중국은 2012년 말 현재 보유 채권을 2011년 말에 비해 845억 달러, 2010년 말에 비해서는 4409억 달러나 줄였다. 이는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후 달러 위주의 외환보유고 구성을 피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역설적이게도,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을 가장 많이 구매한 주체는 바로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준이다. 연준은 미국 정부 채권 보유량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4740억 달러에서 2013년 1월 16일 현재 1조 6888억 달러로 무려 네 배 가까이 늘려 중국을 제치고 최대의 채권 구매자로 등극했다. 정부 채권을 그 나라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하여 대량으로 구매한다는 것은 달러 발권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미국이 달러 발권력까지 남발하여 자기 채권을 돌려막기 하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중국이 채권 보유고를 줄이고, 미 연준이 최대의 구매자로 등극했다는 사실은 미국 정부가 보증해온 이른바 '가장 안전한 투자 상품'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상징한다. 이와 관련한 뉴스핌 1월 3일 보도에 의하면 미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와 무디스는 미 의회가 국가 부채를 축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2014년 이전에 미국의 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기자본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미국 신용평가사조차 미국 국채 신용등급을 인정해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미국 경제 그리고 달러에 대한 신뢰 상실은 무역 결제 화폐의 다변화 바람으로 표출되고 있다. 유럽연합이 사용하고 있는 유로화가 대표적인 사례며, 중국의 위안화 사용량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2012년 10월 11일자 보도에 의하면, 중국의 위안화가 달러 대신 무역 결제에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신문은 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중국인민은행 자료를 인용하며 2012년 7, 8월 중국의 대외 교역에서 위안화 결제 규모는 전체 무역의 12.3%에 달한다고 보도하였다. 위안화 사용 비중이 1%에도 못 미쳤던 3년 전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러시아의 푸틴 총리도 2009년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에서 중국과의 대규모 가스 거래 시 달러 대신 자기나라 화폐인 루블과 위안화를 사용하자고 공식적으로 언급하였다.
이외에도 달러를 대신할 무역 결제 화폐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여기저기 등장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은 2010년부터 공동통화인 '수크레'를 무역결제에 활용하고 있다. 걸프협력이사회(GCC) 소속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등 4개국도 2009년 12월 열린 연례정상회의에서 단일통화를 만들기 위한 통화협정에 서명한 바 있다. 이들은 '걸프중앙은행'을 설립해 유로 같은 지역 단일 통화를 만드는 것을 최종 목표로 제시하였다.
미국이 재정 적자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을수록, 달러를 기반으로 한 세계경제체제의 균열 속도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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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정적자 해결 어려울수록 균열 속도도 빨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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