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국정원의 대선개입, 철저한 조사와 대책 필요

등록 2013.02.01 16:54수정 2013.02.0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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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 김씨(29)의 대선개입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한겨레 조사에 의하면 대선기간 동안 '오늘의 유머' 누리집에서 11개의 아이디로 야당 대선후보를 비판하는 등, 정치 편향적 글을 91차례 이상 작성했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관련 글에 100차례 찬반 의사표시를 했으며, 이들 중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이 96차례였다. 국정원은 김씨의 활동을 대북심리전과 표현의 자유로 설명하고 있다. 과연 국정원의 설명에 타당성이 있는가?

먼저 대북 심리전이다. 국정원은 김씨의 글을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북한을 찬양하고 미화하는 선전선동에 대응하기 위한 대북 심리전 활동"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북한 미사일 발사 비판과 대법원의 국가보안법 위반 판결 등을 다룬 글을 정치적 목적으로 게재했다고 오도하는 것은 정보기관의 대북 심리전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주장한다.

대북 심리전은 북한 구성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 웹사이트에서 남한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거나, 대북 심리방송을 진행하거나, 북한에 삐라를 살포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국정원의 말대로 정상적 대북 심리전 활동을 했다면? 오늘의 유머 누리집을 보는 사람이 북한 구성원이거나, 대북 심리전이 남한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거나 둘 중 하나가 된다. 둘 다 아니므로, 김씨의 활동은 대북심리전이 될 수 없다.

다음으로 표현의 자유이다. 국정원은 김씨의 활동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권 행사"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국정원 직원도 정치적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그러나 김씨의 활동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다. 대통령 선거 기간에 국가공무원인 국정원 직원이 그것도 근무시간에, 특정 정당과 후보에게 호불호(好不好)가 분명한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김씨가 북한을 단독으로 비난하는 글을 다수 작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나 문재인 후보를 단독 혹은 북한과 관련시켜 비난하기도 했으며, 이명박 정부를 지지하거나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유도하기도 했다. 특히 국정원 직원의 행동은 신중해야 한다. 과거 조직적으로 정치에 개입하거나 시국사건 조작에 앞장 선 전례가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더욱더 엄격한 기준을 들이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주장은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아무리 대북 심리전을 주장해도, 여당과 여당 후보자에 대한 지지와 야당과 야당 후보자에 대한 반대 활동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도, 선거기간 공무원의 정치적 활동이 정상적이 될 수 없다. 이제 국정원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게 되었다. 더 망가지기 전에, 정치개입을 인정하고 반성하면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국회는 청문회를 개최하여 사건 전말을 조사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과 조직개편에 나서야 할 것이다.
#국정원녀 #국가정보원 #국정원 #국정원대선개입 #대북심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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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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