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내항 입구 미역 말리는 모습
이명주
방파제 위에 낚시꾼들이 많았습니다. 이제 바다 곁에 사니 가까운 날 저도 이 '손맛' 한번 봐야겠습니다. 등대를 돌아 나오는데 예닐곱 되는 중년 남녀가 직접 잡은 물고기로 만찬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숯불에 구운 학꽁치와 초장 양념에 야채와 같이 버무린 전어가 주인공입니다. 차마 한입 주십사 말할 변죽은 없고 정말 사진 한장만 담아가려 허락을 구했더니 "사진은 나중에 찍고요, 기똥찬 거 맛부터 보라"며 음식을 권했습니다.
'캬~!' 소주 없이도 감탄사가 절로. 누가 생선맛이 비리다 했을까 의문이 들 지경이었습니다. 막걸리 두어 병 사와 아예 눌러앉고 싶었으나 자고로 아쉬울 때가 멈출 때요, 갈 길은 가야 하니까요. 그런데 마을 들어설 때부터 내내 눈에 밟히는 풍경이 있었습니다. 바로 고리원자력발전소였습니다. 파란 하늘과 바다, 작은 집과 배, 그 안에 사는 작은 사람들과는 대조되는 회색의 둥글고 네모난 건물들, 그 옆산에 촘촘히 박힌 송전탑과 널린 전선들.
이질감의 정체는 '불안'이었습니다. 다수 사람들이 원자력 발전의 유용성에만 기댈 뿐, 그 이면의 위험과 무지에 대해선 눈, 귀, 입을 닫고 있습니다. 일본 원전사고에서 보듯 그것은 언제고 다양한 이유로 통제 불가해질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한 위해(危害)는 규모, 형태, 시기 무엇 하나 예측할 수도 없습니다. 사고 발생 직후보다 되레 수백 배 증가한 방사성 물질이 2년이 지난 현재 살아있는 동식물에서 검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우리는 '동시대에 존재하지 않은' 미래 생명에까지 그 영향력이 미칠 수 있음을 대를 잇는 원폭 피해자들을 통해 목격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실은 인간 전부에 대해) 기술은 물론 의식적 측면에서 원자력 활용이 적절한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지난달 바로 이 고리원전에 전기 공급이 끊겼을 때 그 사실은 곧바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우리 법원은 아마도 '실제로 사고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책임자들을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게다가 인류가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이 영역에서마저 납품비리나 불법하도급 등 '지극히 인간적인' 부정부패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그 까닭입니다.
현명한 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취하는 것의 '양면'을 봐야하겠지요. 음……. 마음이 무겁습니다. 하지만 끊어선 안 될 의문의 고리입니다. 만약 앞으로, 이번엔 정전이 아닌 실제 방사능 누출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관련자들이 다시금 입을 닫는다면 오늘 제가 만난 사람들, 제가 먹은 물고기, 이곳의 땅과 바다는 어떻게 될까요? 그것은 삽시간에 "바람과 물을 타고 여행(울리히 벡의 '위험사회' 인용)"을 시작해 당신과 내가 사는 곳은 물론 저 극지방 어느매까지 도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