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문안은 진심이 담긴 위로 엽서 한장, 따뜻한 말 한마디가 환자에게는 무엇보다도 큰 위안을 준다(서울아산병원 소원나무에 아빠의 쾌유를 기원하며 걸어 놓은 딸의 간절한 기도문)
최오균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일 중 쉽지 않은 것 중 하나가 바로 병문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환자는 자신의 병든 모습을 남에게 보여 주기가 어렵고, 병문안을 간 사람은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를 바라보는 게 여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병문안을 가서 환자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해줘야 할까, 선물은 무엇으로 할까, 방문 시기는 언제로 정하는 게 좋을까 등 병문안을 어떻게 해야 환자에게 위로가 될 것인지 파악하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까운 지인이 큰 병을 앓고 곤궁에 처해 있는데 남의 일처럼 외면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겠지요. 병실에 외롭게 누워있는 환자는 때로는 너무 외롭고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런 경우에 병문안을 가서 진심이 담긴 따듯한 위로의 말 한마디를 해주는 것은 힘든 환자에게는 눈물겹도록 큰 위안과 용기를 줄 수 있습니다. 슬픔과 아픔은 나눌수록 가벼워지는 것이니까요.
지난 24일, 건강했던 친구가 갑작스러운 암 수술로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됐다는 기사를 올린 적이 있습니다(관련기사 :
누군들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겠습니까?). 친구 부인에게 전화해보니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 거동도 할 수 있고, 면회를 하는 데도 지장이 없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친구는 수술을 잘 치러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부인의 표정이 비교적 밝았습니다... 다행입니다그래서 아내와 나는 지난 28일, 연천을 출발해 서울 강남성모병원으로 병문안을 갔습니다. 서울 지하철을 타고 서초역에서 내려 병원셔틀버스를 타고 강남성모병원에 도착했습니다. 병원에는 많은 환자들이 붐비고 있었습니다. 병원에 가면 언제나 마음이 숙연해지고 겸손해집니다.
우리는 친구 부인이 알려준 병실로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그 병실에는 있어야 할 친구가 없더군요. 간호사에게 친구 이름을 대고 물어보니 그 병원에는 친구의 이름으로 입원한 환자는 없다고 했습니다. 간혹 여의도성모병원이나 강남성심병원을 강남성모병원으로 잘못 알고 찾아오는 경우도 있으니 다시 한 번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아차, 그럴 수도 있겠네.' 친구 부인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대림동에 있는 강남성심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전화를 걸 때에는 항상 메모를 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날은 지하철 안에서 통화를 하다 보니 '강남성모병원'으로 잘못 알아들은 것 같습니다.
투덜거리는 아내를 달래며 고속버스터미널 역으로 걸어가 지하철 7호선을 탔습니다. 현풍역에서 내려 강남성심병원 7층으로 가니 친구 부인이 복도에 나와 있었습니다. 부인의 표정이 비교적 밝은 것으로 보아 친구의 상태가 많이 호전이 된 모양입니다.
병원에 가면 간호를 하는 가족의 표정만 보아도 환자의 상태를 거의 짐작을 할 수가 있지요. 병실 문 앞에 있는 소독약으로 손을 씻고 들어가니 6인 병실에서 친구는 링거를 꼽고 누워 있었습니다. 친구의 표정도 생각보다 밝았습니다.
"엉뚱하게 강남성모병원으로 잘못 찾아가는 바람에 좀 늦었네." "저이가 길눈이 어두워서 제가 이렇게 늘 고생을 해요." "내가 원래 길치가 아닌가." "하하하, 자넨 원래 길눈이 좀 어둡지."우리는 병원을 잘못 찾아갔던 일을 이야기하며 가볍게 웃었습니다. 병상에 누워있던 친구도 그런 내가 우습게 보였는지 함께 따라 웃었습니다. 이런 가벼운 이야기도 친구의 병 상태가 호전돼서 그렇지 아니었다면 함부로 할 수 없는 농담이기도 합니다.
"큰 수술 받느라 힘들었지? 회복이 빠르다니 다행일세.""그래도 영이 엄마에 비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수술이지." "그래? 하지만 수술을 하는 당사자는 자기 병이 세상에서 가장 큰일처럼 느껴지는 법이지. 또 수술도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거든. 그러니 자네는 얼마나 큰일을 해냈는가?""수술 시간이 무려 11시간이나 걸렸어요.""환자보다는 옆에 있는 사람이 더 초조하고 힘들지요."가슴 아프지만, 희망이 있기에 감사했습니다친구는 아내가 워낙 큰 수술을 한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내를 바라보며 다소 위안을 얻는 것 같았습니다. 워낙 건강했던 그는 다행히 회복 속도가 빨라 일주일 뒤에는 퇴원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탈리아에 있는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그의 아버지도 자네와 똑같은 수술을 했다는데, 80이 넘도록 건강하게 잘살고 있다고 하더군. 좀 불편하기는 하지만 생활을 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대. 그러면서 의사의 처방을 잘 지키는 기본이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처해있는 현재의 상태를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더군.""그래야겠지..."우리는 20여 분간 친구와 환담을 나누다가 자리를 떴습니다. 큰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는 무엇보다도 피곤하지 않고 편하게 쉴 수 있게 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친구는 의사가 운동을 열심히 하라고 했다며 굳이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링거를 꼽은 채 걸어서 배웅했습니다. 그렇게 건강하고 늠름하던 친구는 많이 핼쑥해져 있었습니다.
다행히 친구는 자신의 병 상태를 담담히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평생 고무호스를 끼고 소변을 봐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평생 그런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친구를 떠올리며, 소변을 자유로이 배설을 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역설적이지만 행복은 이렇게 우리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자신이 크게 아파 본 사람은 병문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부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파보지 못한 사람은 환자의 심정과 상태를 잘 이해하지 못해 위로가 돼야 할 병문안 때 되레 병을 주고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아내 덕분에 병원생활을 오래 해본 경험을 상기하며 병문안 시 주의할 사항을 몇 가지 들어보겠습니다.
떼로 몰려가 병문안 하신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