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셀러인 전작 <고민하는 힘>의 주제인 '자신의 삶'을 더욱 본격적으로 다룬 <살아야 하는 이유>
사계절출판사
<살아야 하는 이유>가 이야기하는 '자살'
<살아야 하는 이유>는 '자살'에 대한 이야기가 유독 많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살'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데, 나도 이 책을 읽고 나서 '자살'에 대해서 떠올려 보았다. 내가 자살을 생각했던 것은 언제였을까?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고 짐만 된다고 생각했던 청소년 시절에는 자살을 몇 번 상상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자살을 더 이상 떠올리지 않았을 때가 언제부터였는가가 궁금했다. 대학 2학년 시절부터였던 것 같다. 연애를 하면서 내가 누군가를 위해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삶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살'은 내 삶과 그렇게 멀리 떨어진 게 아니었다. 후배가 자살한 일이 있었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 친구들을 즐겁게 해주던 후배였는데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충격이었다. 후배의 가족은 물론 동기들이 고통이 컸고, 특히 가까운 친구들은 오랫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것을 옆에서 지켜봤다. 자살 이유가 분명치 않을수록, 예기치 못한 자살일수록 고통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강상중 교수의 <살아야 하는 이유>는 <고민하는 힘>의 두 번째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고민하는 힘>은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의 언어와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가라고 응원하는 책이다. 저자는 두 번째 인생을 산다는 의미의 '거듭나기'를 설명하기 위해서 죽음과 같은 첫 번째 삶에 대해서 개인적인 경험과 통찰력 넘치는 현대사회 분석을 시도한다. 극도의 신경증이라는 불치의 병을 앓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아들의 이야기와 뒤이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순식간에 2만명의 목숨이 사라져버린 일대 혼란의 시간들. 그리고 한국과 일본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자살들. 저자는 사람들을 죽게 만드는 사회의 현상을 집요하게 분석한 끝에 그 원인을 알아냈다. 그것은 마치 '죽음의 게임'처럼 사람들의 삶을 짓누르는 자본주의의 중력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얼굴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비슷한 꿈들을 꾸도록 '조작'된다. 행복한 삶의 모델과 불행하고 비참한 삶의 모델이 가로등처럼 사람들을 비추면 사람들은 불나방처럼 '행복한 삶'이라는 불빛으로 향한다. 불빛에서는 이런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경쟁에서 이기면 행복해지고, 패배하면 비참해진다." 저자는 <살아야 하는 이유>에서 "자본주의라는 게임에서 패자의 굴욕과 불행을 맛보고 싶지 않으려면 승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매일 승자가 되기 위한 마음가짐이나 노하우가 있다는 메시지로 샤워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책, 33쪽)라고 말했다. 자본주의의 경쟁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못된 점은 '경쟁'을 위해서 거의 모든 것을 '불쏘시개'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가족조차도 도구화가 되어 버린다. 아이 사교육을 위해서 가정부 노릇을 하거나 노후를 포기하는 일이 다반사다. 승부에 모든 것을 걸었으니 뒷감당이 될 리가 없다. 저자는 "자아나 자의식이 고립된 채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양친이나 연인, 남편과 아내, 형제자매, 친척이나 친구, 그리고 스승과 제자나 동료, 상사와 부하 등 다양한 타자와의 관계망 안에 편입돼 있다"(64쪽)고 썼다. 공동체와 사회관계 안에서만 인생의 목표와 행복이 보이는데, 자살이 만연한 지금의 사회는 공동체로부터 점점 멀어져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요컨대 <고민하는 힘>이 "유치해도 너의 인생을 살아라"라면, <살아야 하는 이유>는 "너의 인생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내 뇌리에서 '자살'이라는 상상이 자취를 감춘 것도 역시 '존재 가치'를 발견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이 생각을 더욱 굳힐 수 있었다.
21명의 독자들 "어려운 만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책"<살아야 하는 이유>의 유일한 단점은 '너무 어렵다'는 점이다. 현대 자본주의가 인간에게 불어넣은 조작된 이미지와 이로 인한 자살자의 증대를 설명하려다 보니 현대사회와 현대인의 모습들을 나쓰메 쏘세키, 막스 베버, 제임스 조이스, 빅토르 에밀 프랑크의 저작에서 추출해내는 과정에서 많은 독자들이 힘들어 했다. 병원을 운영하는 마OO 씨는 "내용이 어려워서 한번에 이해하기 어렵고, 또 읽는다고 이해될 것 같지 않다"는 말로 책의 무게감을 전했다. 두 남매를 둔 IT 업체 임원 박OO 씨도 "일본문학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의 경우 읽다가 맥이 끊기는 면도 있다"고 조언했다. "소세키 평전이라 할 정도로 과도하게 인용이 많이 되었다"는 30대 직장인 장OO 씨의 지적처럼 <살아야 하는 이유>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과 막스 베버의 사회학, 윌리엄 제임스와 빅토르 에밀 프랑크의 심리학에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읽기 힘든 책인 만큼 여운은 깊었다. 시민운동을 열심히 하며 정치에 관심이 많은 40대 직장인 오OO 씨는 <살아야 하는 이유>를 "누구도 예기치 못한 죽음에 직면할 수밖에 없으며, 인간은 덧없이 죽을 운명에 있음을 염두에 두고 겸허히 인간적인 것을 긍정한다는 비극적 휴머니즘"이라고 정리했다. 40대 공무원 김OO 씨는 "쉽지 않은 책이라 장을 넘길 때마다 한참을 생각하게 되었지만 오랫 동안 기억될 만한 독서경험"이라고 말했다. 특히 강상중 교수 개인의 불행에서부터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부분에 대해서 독자들은 찬탄을 금치 못했다. 페이스북에서 처음 만난 김OO 씨는 "개인사에도 불구하고 '근대' 속의 개인의 삶의 모습을 거시적 관점으로 짚어주시길 마치 남 얘기하듯, 어쩌면 그것이 저자의 냉철한 지성의 힘"라고 평가했다. 최OO 씨는 "삶이 던지는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 그것이 소중하다는 말에 공감하며 쇼세키, 제임스, 플랑크, 베버의 통찰을 통해 삶의 의미를 재해석한 글에 많이 공감"하였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김OO 씨는 "인간 본연의 존엄성을 바라보는 태도"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살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존엄성이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김OO 씨)이다. 요컨대 독자들이 읽은 <살아야 하는 이유>는 나의 삶을 완전히 꿰뚫어 보게 만들어주며, 이를 통해 남은 삶에서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지혜를 준 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