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한 폐쇄등기부 증명서폐쇄등기부 증명서에 따르면 신씨가 사단법인 새마음봉사단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날이 1979년 8월 30일로 되어 있지만 이아무개씨 등 1628명이 신씨와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한 날은 이보다 두 달 앞선 1979년 6월 22일로 나와 있다.
김도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법원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등기제도는 형식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할 때 등기원인을 증명하는 서면 계약서와 인감증명 등 형식적 요건만 충족하면 등기를 할 수 있다"며 "상식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 일이지만 폐쇄등기부 증명서만 가지고는 불법적 거래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형식적 심사만 하고 있는 등기제도상 이 거래가 어떤 거래인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신씨와 구국여성봉사단 사이에 어떤 밀약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4만여 평 안양 땅, 구국여성봉사단 '기본재산'에 빠져 있어 경기도와의 수의계약으로 옛 종축장 부지를 사들였다가 신씨에게 매각한 구국여성봉사단과 그 후신인 새마음봉사단은 지난 1980년 11월 22일 이미 해산됐다. 그런데 중앙기록물 관리기관인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에는 새마음봉사단에 관한 일부 자료가 남아 있었다. 기자는 1월 초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을 찾아 새마음봉사단 관련 자료들을 열람한 뒤 541쪽에 이르는 관련 자료 일체를 복사했다.
1977년~1980년 문화공보부 문화예술국 문화과에서 생산된 '법인 및 사회단체 사단법인(새마음봉사단설립 및 해산)' 자료에는 구국여성봉사단·새마음봉사단의 법인 등기부 등본과 정관, 이사회 명단, 이사회회의록, 법인 기본재산 처분에 관련된 문서들이 포함돼 있다.
이 문서들 중에는 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동 775번지 소재 토지와 건물, 인천시 남구 주안동 1389-1번지 소재 토지와 건물 등 새마음봉사단이 보유하고 있던 기본재산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지만, 경기도로부터 수의계약으로 넘겨받은 안양시 석수동·박달동 일대 토지 14만3028㎡(약 4만3000평)에 관해선 그 어떤 기록도 찾을 수 없었다.
이 땅이 비영리 사단법인의 목적사업비와 그 운영경비로 사용할 수 있는 운영재산이라고 하더라도 적지 않은 땅의 취득과 처분에 관한 아무런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은 의아한 일이다. <오마이뉴스>는 새마음봉사단이 경기도로부터 사들였던 땅에 관한 의문을 풀기 위해 기록에 남아 있는 새마음봉사단 관계자들을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과거 언론 보도를 검색한 결과 새마음봉사단으로부터 땅을 사들인 신아무개씨와 관련된 흥미 있는 기사를 찾아낼 수 있었다. 1979년 8월 31일자 <매일경제>는 대한광업진흥공사가 당시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수해광산의 피해복구를 위해 상환기일이 도래한 5개 피해 광산의 광업자금 상환기간을 5개월 연장해줬다고 보도했다.
또 이 기사는 이와 별도로 광업진흥공사가 8개 광산에 1억5000만 원의 특별운영자금을 융자해줬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신씨가 충남 보령에서 운영하던 광산은 광업자금 상환기간 연기 대상과 특별자금 융자 대상에 모두 포함돼 있다. 이를 유추해보면 신씨의 광산이 그만큼 침수 피해가 컸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