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봤던 십자가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마음을 동하게 했던 십자가는 뭇생명을 위해 아스팔트 길에 몸을 낮추어 기도를 하던 목사가 들고 있던 나무 십자가였다.
임윤수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교회 가본 게 두 번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중학교 때 가본 부흥회가 처음이었다. 학교를 오가던 길옆 공터에서 며칠째 계속되던 부흥회, 담장에 걸린 플래카드와 스피커를 통해서 들려오던 시끌벅적한 소리에 담장 안 풍경이 궁금해 들어가 봤던 부흥회가 처음으로 본 교회행사였다.
유랑극단을 기웃거리는 마음으로 들어가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막상 눈에 보이는 광경은 그게 아니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지만 무대에서는 어떤 목사가 웅변이라도 하듯 열변을 토한다. 흙바닥에 자리를 펴고 앉은 사람들은 '아멘' 거리며 열광을 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지 않자 사람들이 이상해졌다.
처음 가본 부흥회, 낯설고 어색하고 불편할 정도로 황당해앉은 자리에서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펄쩍펄쩍 뛴다. 무릎을 꿇고 엉덩이를 들어 올리며 두 손을 치켜 올리더니 '주여!' 거리며 함성을 지르더니 엉엉 울기조차 한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왜 흥분하며 우는지를 알 수 없으니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낯선 광경이다. 너무나 낯선 풍경에 끝까지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수업도중에 선생님의 눈을 피해 도망을 치듯 부흥회장을 빠져나왔다. 이게 필자가 처음으로 경험한 교회 분위기였다.
두 번째로 교회를 가본 건 고등학교를 막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이 이야길 하면 너무 흔한 이야기라서 '그럴 줄 알았어'하며 웃을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때 하숙을 하던 집에는 교회를 다니는 3학년 형이 있었다. 학기 초 일요일, 그 형이 교회엘 가자고 했다. 고등학생이 된 학생들이 처음으로 만나는 모임인데 여학생들도 많이 올 거라며 가자고한다.
따로 준비할 것 없이 지금 그대로 그냥 가자고 한다. 별다른 생각 없이, 어쩌면 예쁜 여학생이라도 만날까 하는 기대감으로 입고 있던 체육복 바람으로 그 형을 따라 교회에 갔다. 교회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기는 이때가 처음이다.
여럿이 나란히 앉을 수 있게 만든 나무 의자에 앉아 있으니 바로 기도가 시작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니 어색할 뿐이다. 다른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면 입만 벙긋거리고, 다른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하면 고개를 따라 숙였다. 항상 반 박자쯤 늦게.
처음 가본 교회, 불쑥 들어온 헌금 자루에 당황곁눈질로 남들이 하는 행동을 그렇게 흉내 내고 있던 중, 옆에서 허연 자루가 달린 잠자리채 같은 게 불쑥 들어와 내 앞에서 멈췄다. 들어보지도 못했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자루였다. '이게 뭐지?'하며 자루 속을 들여다보려는 순간 잠자리채가 휙 하고 옆 사람에게로 건너간다. 곁눈질로 보니 옆 사람은 잠자리채 같은 자루에 지폐를 넣었다. 정체불명의 잠자리채에 신경을 쓰고 들어보니 동전을 넣는 소리도 들렸다. 기도가 끝나고 하숙집 형에게 자루의 실체를 물어보니 '헌금 자루'라고 했다. 넣지 않아도 상관없으니 신경 쓰지 말라하지만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기도가 끝나고, 자리를 옮겨서 치러지는 환영회를 겸한 다과회에 참석했지만 남들은 다하는 걸 하지 못한 것 같은 생각에 찝찝한 기분이 떨어지지 않았다. 헌금 자루에 얼마의 돈이라도 넣지 않은 걸 다른 사람들, 특히 처음으로 보는 여학생들이 알고 쩨쩨한 놈이라고 생각하면 어쩌나하는 마음에 내내 불편하기만 했다.
사전 지식 없이 불쑥 찾아간 부흥회, 아무런 준비 없이 참석했던 예배에서 받은 건 낯설고 어색하고 불편하고 황당하기만 한 기분,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은 찜찜한 경험이 되었고 교회에 대한 기억이나 경험은 더 이상 없다.
그래도 성경은 한 번 읽어 봤다. 대학을 다닐 때,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이 성경이라는 말을 듣고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인지가 궁금해 훑어보듯이 읽어 봤다. 이게 필자가 경험한 교회, 필자가 읽은 성경의 전부라서 그런지 교회는 아직도 낯설고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하다. 게다가 이따금 맞닥뜨리는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는 글귀는 더더욱 날 불편하게 했다.
<복음에 안기다>, 불편하게만 느껴지던 기독교에 대한 편견 걷어줘